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일 신·구 정권 장관들의 환송 속에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다.
김 전 총리의 임기는 전날(12일) 밤 12시를 기해 종료됐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문재인 정부 3번째이자 마지막 총리로 임명된 김 전 총리는 지난해 5월14일 취임 이후 이날까지 363일 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7대 김부겸 국무총리 이임식’에는 정부 장·차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장관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김 전 총리는 지난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7명에 대해 임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새 정부의 원활한 출범에 협조한다는 취지였다.
이날 이임식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등 문재인 정부 일부 장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 전 총리는 이임사에서 준비해온 글을 읽기 전에 이임사에 참석해준 윤석열 정부의 신임 장관들에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전 총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나를 외국인들한테 보여줄 때 저는 이런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제가 문재인 정부의 총리로 퇴임하는데 오늘 이 이임식에는 신·구 정부의 장관님들이 함께 오셨다. 너무 감사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박수 한 번 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임사를 통해서는 사실상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총리는 “저는 오늘 국무총리직을 퇴임하면서 지난 30년 넘게 해왔던 정치인과 공직자로서의 여정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에 처음 입문하던 시절, 저는 시대의 정의를 밝히고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그런 포부를 가슴에 품고 출발했다.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또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공직이 갖는 무거운 책임감 또한 알게 됐다”며 “그리고 정치인으로서도 공직자로서의 삶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이 당연하고도 엄중한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한 세대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부족한 저를 국민의 공복으로 써주시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총리는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며 “대한민국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직자들을 향해서도 “지금 우리나라가 코로나의 정점을 넘어서 일상으로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제가 여기에 기여한 작은 것이라도 있다면 그 공은 바로 공직자 여러분들께 돌아가야 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끝으로 김 전 총리는 “지난 1년간 국무총리여서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 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어서,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로 자랑스럽고 행복했다”며 “여러분께 뜨거운 존경과 박수를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뉴스1과 만나 ‘정치인과 공직자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의미에 대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는 뜻”이라며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임사를 마친 뒤 총리실 직원의 답사가 이어졌고 꽃다발 증정과 기념촬영 등이 진행됐다. 이후에는 장·차관 및 일반 직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어서 김 전 총리는 본관 정문으로 자리를 이동, 직원들의 환송을 받았다. 본관 정문 계단 앞에 도열한 총리실 등 정부 부처 직원들은 김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직원들에게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할 때 ‘내가 마지막이다’, ‘내가 여기서 결정하는 게 국민의 삶에 영향을 준다’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는 당부를 남겼다.
이후 김 전 총리는 직원들과의 기념촬영을 끝으로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한편 김 전 총리는 현재 경기도 양평에 마련한 부지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주택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서울 마포구 소재 전세집에 거주할 예정이다.
사실상 정계은퇴의 뜻을 밝힌 만큼 향후에는 정치와는 거리룰 둔 채 그간 여러 차례 언급했던 보호 종료 아동과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지원을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총리의 의지와 달리 야당 여건 등 추후 정치 상황에 따라 역할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