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16일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발생한 북한 남성의 월남 사건과 관련한 우리 군의 경계 실패 논란에 대해 “국민께 실망감을 안겨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서 장관은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이번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계실패로서 대대적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조사를 통해 명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서 장관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도 “많이 죄송스럽다. 현장의 경계 작전 병력 집중 문제와 이를 지휘하는 지휘관과 군 수뇌부의 통합된 노력이 부족했다”며 거듭 사과 입장을 밝혔다.
전날 강원도 고성 인근 해안에선 북한 남성이 바다를 건너 우리 측으로 월남한 사건이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 남성은 당시 해안철책 아래 배수로를 이용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우리 지역으로 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군 감시장비에 수차례 포착됐으나 관할 군부대의 즉각적인 대응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16일 오전 4시20분쯤 민통선 내 제진 검문소가 관리하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 영상에 포착된 뒤 출동한 우리 군 수색병력에 의해 오전 7시20분쯤 붙잡혔다.
그러나 이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제22사단은 북한 남성이 검문소 CCTV를 통해 식별된 후 2시간15분이 지난 오전 6시35분에서야 대침투경계령 ‘진돗개 하나’를 발령, 경계실패 뿐만 아니라 초동대응 또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 장관은 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엔 “현장에서 경계를 담당하는 요원의 과오가 크다고 판단한다”며 “작전의 시작은 감시인데 감시가 제대로 안 됐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현장 경계병의 나태함을 없애기 위한 방법과 군 지휘부의 순찰 강화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현장 경계병)이 실수하지 않도록 장비를 보강하는 미래과학화 체계도 연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22사단은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 안에 자연환경 등 작전요소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부대 편성도 다른 부대보다 부족한 부분도 있다”며 “22사단만 이번 기회에 정밀진단을 해볼 생각이다. 상급부대 차원에서 지원할 요소를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올 1월2일 22사단의 최전방 일반전초(GOP) 대대 지휘소와 소초 시찰을 다녀왔다.
서 장관은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의 신원에 대해선 “초기 합동심문 결과 민간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고, ‘헤엄쳐 귀순한 게 맞느냐’는 질문엔 “물이 스며들지 않는 일체형으로 된 잠수복을 입고 (헤엄쳐) 온 것으로 보인다. 수영으로 온 게 확실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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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우리 군에 붙잡힌 ‘귀순 추정’ 북한 남성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
합참에 따르면 이 남성이 상륙한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선 남성이 월남 당시 착용했던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다.
이 북한 남성은 심문에서 북한을 떠나 우리 측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6시간 내외”가 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 남성이 우리 측으로 ‘귀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서 장관은 내달 중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선 ”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다”며 “군의 입장에선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또 이번 한미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수행하고자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서 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질문엔 “분담금 협상의 주무부서는 외교부”라면서도 올해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기조가 달라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우리 측에 미군 주둔에 따른 분담금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