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란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아 고통스럽습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이 있었던 시내 한 시설 관계자 A씨는 26일 “요즘은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우린 정말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일하는 시설은 확진자 발생 당시 서울시와 방역당국의 발표에서 업체명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기존에는 지역 주민 위주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엔 전국적으로 유명한 ‘기피 장소’가 돼버렸다.
A씨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진 이후에도 우리는 최고 수준의 방역을 했다고 생각했고 몇 달간 확진자가 전혀 없었으나 결국 확진자가 나왔다”며 “이용객이 예전의 5~10% 수준으로 떨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으나 인터넷에 업소 이름만 치면 ‘확진자’라는 말이 나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너무 힘들다”며 “직원들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은 일정 기간 휴업을 하면서 방역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위생적이고 안전한 장소로 변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곳’이라는 사실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발생 장소 공개와 관련한 논란은 지난해 초부터 제기됐다. 정부는 불필요한 혼선과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요건이 아니면 구체적인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침을 수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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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명절 설날을 보름여 앞둔 26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1.1.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지난해 10월 기준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 및 이동수단을 공개해야 하지만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역학조사로 파악된 접촉자 중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접촉자가 있어 대중에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 가능하다.
확진자가 발생해 업소명이 긴급재난문자와 언론, SNS 등에 노출된 다른 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큰 회사나 시설 같은 경우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있어도 고객이 뚝 끊기는 일이 없겠지만 소상공인들은 그야말로 문을 닫아야 하느냐는 고민을 하게 된다”며 “상호명 공개만큼은 막아달라는 부탁을 여기저기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융자지원 등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솔직히 이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찍힌 낙인을 지우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확진자 발생 장소를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방역이 완료된 상태라고 해도 과거에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고 해당 장소를 찾은 사람과의 n차 접촉을 막기 위해선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C씨는 “요즘은 긴급재난문자에도 OO구 확진자 O명 발생 외에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상호 공개로 피해를 입는 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확진자 발생 자체는 사실인 만큼 어느정도는 공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확진자 동선의 경우 지침에 따라 2주간 공개 후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삭제하지만 확진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장소에 대한 정보는 기사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계속 남아 있어 완전히 통제하기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긴급재난문자에 특정 장소가 명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역학조사에서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을 찾기 위한 용도라 구체적인 이름을 쓸 수밖에 없다”며 “상호가 공개돼 피해를 본 분들을 도울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