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이 공식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확고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전환을 위한 경영 행보에도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신임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 그룹 미래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설정하고, 핵심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정 신임 회장의 경영 능력이 그룹의 미래 성장 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우선 정 신임 회장은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모빌리티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생존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세다.
정 신임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전문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을 진두지휘 해 왔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정 신임 회장은 수소의 다양한 활용으로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수소 연관 산업 생태계를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 도심형 항공기, 빌딩, 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동화 전략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신형 전기차 모델들을 연이어 출시한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국내외 배터리 전문 기업과의 협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회장은 최근 삼성, LG, SK의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해 각 기업 최고경영층과 차세대 배터리 분야 협업을 논의하며 전기차 시대 주도권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차의 그린뉴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2020.7.14/뉴스1 |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차그룹은 올 3월 미국 자율주행 기술 업체 앱티브와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2023년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혁신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정 신임 회장은 미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 그룹의 신성장 동력 창출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회장은 향후 그룹의 핵심 사업 분야로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제시했다. 해당 분야 글로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또한 커넥티비티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 등을 결합한 스마트시티 구상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도 본격화한다. 현대·기아차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인 모션, 퍼플엠을 설립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에도 과감히 손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앞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기업과 이종산업과의 협력에도 열린 자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산업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미래 전략을 마련하고, 고객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주문, 생산 시스템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지분 승계 문제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으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