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 차종으로 픽업트럭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선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싼타크루즈’가 유일한 픽업 모델이지만, 향후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과 함께 앨라배마 거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대차가 2005년 준공한 북미 핵심 생산기지로, 현재 싼타페, 엘란트라, 투싼 등과 함께 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생산하고 있다. 2021년 출시된 싼타크루즈는 2025년 8월 말 기준 누적 13만4075대가 판매되며 북미 시장 내 픽업 세그먼트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북미 시장 전용 중형 픽업 신차를 개발 중이며, 특히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전동화 픽업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가 모두 가능한 모델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 신차들의 생산 기지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으나, 앨라배마 공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단일 차급 기준으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4년 1~8월 미국 내 픽업트럭 누적 판매량은 204만68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판매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친환경 픽업 수요 증가세는 현대차·기아에 유리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친환경 픽업트럭은 총 28만950대로, 전년 대비 64.6% 증가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18만9051대, 전기 픽업이 9만1899대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앨라배마 내연기관 생산라인의 전동화 전환과 함께, 향후 픽업 신차의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앨라배마 내 현대차 메타플랜트(HMGMA) 건설이 마무리되면, 기아 전기 픽업 모델의 현지 생산 가능성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 4개사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시장이다. 그러나 전기차 기술에서 우위를 갖춘 현대차·기아가 친환경 픽업을 앞세워 앨라배마 생산기지를 전진기지로 삼아 시장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