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가 정교한 샷이 요구되는 메이저대회에서도 파워 골프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디섐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7459야드)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12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디섐보는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로, 2위 매슈 울프(미국·이븐파 280타)를 6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디섐보는 올해 US오픈에서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승을 달성한 디섐보는 ‘괴짜’ 골퍼로 통한다. 모든 아이언 클럽의 길이를 37½인치로 똑같이 만들어 사용하고, 야디지 북에 선을 그어 거리를 측정하기도 하는 등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기도 했다.
다양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던 디섐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어가 중단되자 또 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몸무게를 20㎏ 정도 늘린 디섐보는 파워 골퍼로 진화했다. 지난 7월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는 평균 35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뽐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압도적인 파워를 갖춘 디섐보지만 메이저대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메이저대회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깊어 파워 못지 않게 정교한 샷을 요구한다. 때문에 힘을 앞세운 디섐보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디섐보는 이번 대회에서 페어웨이 안착률이 41%에 그쳤다. 전체 선수들의 평균이 39%에 불과할 정도로 난도가 높았던 코스였지만 우승자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2000년 US오픈에서 2위와 15타 차로 우승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당시 페어웨이 적중률은 73%였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2011년 US오픈에서 정상에 설 당시에도 페어웨이 적중률은 64%였다.
그럼에도 디섐보는 파워를 앞세워 거침없는 샷을 날렸다. 디섐보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325.60야드였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10.34야드였다.
장타를 무기로 한 디섐보는 샷이 러프에 빠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를 남겨두기에 부담을 줄이고 다음 샷을 이어갈 수 있었다. 디섐보의 이번 대회 그린 적중률은 64%로, 전체 평균인 51%보다 높았다.
디섐보의 플레이에 다른 선수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대회가 끝난 뒤 ESPN 등 외신을 통해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디섐보의 경기력은 US오픈 우승자의 모습과 정반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디섐보는) 내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계획했던 경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했다. 골프를 위해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모르지만 디섐보는 길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단독 3위를 마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루이스 우스투이젠은 “디섐보는 매우 멀리 치고 러프도 손쉽게 빠져나온다”며 “앞으로 디섐보를 위해 어떻게 코스를 설계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섐보는 “이번 대회에서 나는 모든 샷을 꾸준하게 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6타 차이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100%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아가 “나의 경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일을 하는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신 만의 방법을 찾고 열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우즈도 그랬고, 필 미켈슨도 그렇게 했다. 우리는 모두 가능한 최고의 골프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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