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스1DB© 뉴스1 |
중소벤처기업부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매매업계 간 상생협약을 추진한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은 중고차매매 사업자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파급효과가 큰 만큼 첨예한 갈등과 찬반논란이 지속돼 왔다.
정부는 상생협약을 통해 기존 사업자와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고차매매사업자들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반발하고 있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최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대신 완성차업계와 중고차매매사업자 단체들에 상생협약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매매사업자 측 일부단체는 의견제출을 거부하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다시 촉구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8년말 신설된 제도다.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업종과 품목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특정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2016.6.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중고차매매업 경우 정부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약 6년간 완성차업체들의 시장 진출을 제한했다. 이를 통해 중고차매매사업자들은 사업을 키웠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효가 끝나자, 직전 신설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중기부에 이 같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동반위는 중고차 매매업 사업자는 소상공인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 간 거래 발생 시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는 동반위로부터 의견서를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여부를 정해야하지만,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을 의식해서인지 결정을 미뤄왔다.
업계에서는 중기부가 쉽사리 결정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중고차 시장을 혁신해 소비자 불신을 해결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소상공인 보호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으로 봤다.
중기부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양측으로부터 상생협약안을 받아 합의를 도출한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업계에서는 중기부가 상생협력안 마련에 나선만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중고차 판매업 문제는 산업 경쟁력, 소비자 입장, 독과점 문제가 있는데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을 하는냐 안하느냐보다, 독점을 어떻게 방지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생협약안에는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 및 완성차 업체의 사업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브랜드 경우도 3~5년 보증기간 내에 있는 중고차만 취급하는 인증중고차를 통해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중고차매매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조합)는 지난 8월부터 정부 대전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달부터는 현대·기아차 본사 앞과 청와대,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동시다발적인 집회 및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 정부부처 관계자들에게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호소문에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 이익만을 위한 시장으로 변질돼 결국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 담겼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중고차 박람회 ‘부카 2018’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2018.3.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찬반은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린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최대 골칫거리인 ‘허위 매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소비자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도 만연한 상황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의 적정가치 형성 및 시장투명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힘을 실었다.
차산업협회는 수입차 브랜드는 이미 중고차인증제를 바탕으로 국내 중고차 거래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안정적인 중고차 가격 형성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고차매매사업자들은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중고차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고차매매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신차 출시 기간에는 신차 판매 촉진을 위해 중고차 판매량을 줄이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며 “대기업 이름을 걸고 중고차가격을 높이 책정해 가격 상향평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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