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이 6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재판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언 없이 증인신문 절차가 종료됐다. 재판부는 이번 주 재판을 휴정한 뒤 배심원 평결에 앞서 오는 28일 검사와 피고인 측 최후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언대에 설지 여부였다. 혐의를 부인해 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첫 재판이 시작되기 이틀 전 “직접 진실을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오늘 재판은 조금 일찍 끝날 것 같다”며 피고인 증언이 불발될 가능성을 암시했다.
전날(20일) 변호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속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입막음 돈을 대신 전달한 마이클 코언과 코언의 법률 고문이었던 변호사 로버트 코스텔로를 증언대에 세웠다. 변호인단은 이날 자신들의 마지막 증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문하는 대신 관련 절차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28일 검사와 변호인단의 최후변론을 듣고 29일부터는 배심원단 평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주간 증인 20명의 증언을 청취한 12명의 배심원은 며칠간 심의를 거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를 가려낼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직접 입을 열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데다 검사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말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날 변호인단이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미 언론들은 논평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맨해튼지법에서 열린 사기대출 관련 민사재판에 출석해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증언하자 1심 재판부는 대출을 용의하게 받으려는 목적으로 자산을 부풀린 혐의를 인정해 3억5500만달러(약 48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속 변호사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먼저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의 입막음용 합의금을 주도록 하고, 이후 코언에게 트럼프그룹의 돈으로 변제하면서 회사 장부엔 34차례에 걸쳐 법률 자문료 명목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결사’로 불렸던 코언은 이 일로 기소돼 2018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다.
전날 변호인단은 그간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자신이 받은 법률 자문료가 입막음 돈을 변제받기 위한 용도였다고 증언한 코언의 신빙성을 흠집 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토드 블랑시 변호사는 코언이 기술회사 레드 핀치에 여론조사 비용으로 지불하기로 한 5만 달러 중 2만 달러만 전달하고 남은 돈은 중간에 가로채지 않았냐고 추궁해 코언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코언은 자신의 연봉이 삭감된 것에 화가 나서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시인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코스텔로는 코언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2018년 4월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을 받았을 당시 당황한 코언을 만났던 일화를 증언했다. 코스텔로에 따르면 당시 코언은 자신이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건넨 일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코언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꾸며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코스텔로는 증언 도중 검사가 제기한 이의제기를 재판부가 인정할 때마다 이들을 노려봐 머천 판사로부터 재판 태도 불량으로 주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