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문고리’로 33세 여성 나탈리 하프가 지목되고 있다. 전 극우 케이블 채널 쇼 앵커였던 그는 선거 운동 기간 휴대용 프린터와 배터리를 들고 늘 트럼프 곁에 있어서 ‘인간 프린터’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제 백악관으로 옮겨가 비선 실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항상 보좌관에게 충성심을 요구하고 있지만 하프처럼 그에 부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이 여성을 조명했다. 하프는 트럼프에게 “당신은 나에게 중요한 전부”라는 내용의 일련의 헌신적인 편지를 쓰기도 하고 지척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힘을 돋우고,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전달하며 최신 소식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식 직함도 없어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외엔 알려지지 않았던 하프는 이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 앉아 대통령에게 오고 가는 정보의 비공식 통로 역할을 할 참이다.
다른 보좌관들은 그가 트럼프가 듣는 음모론적인 정보의 깔때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래서 보좌관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는 트럼프에 대한 하프의 역할이 강해지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NYT는 하프가 자주 방문하는 뉴스 소스는 음모론을 퍼트리는 극우 웹사이트인 게이트웨이펀디트(Gateway Pundit)라고 했다.
하지만 당선인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하프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일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하프를 ‘스위티’라고 부르며 딸처럼 각별하게 대하고 있는데, 하프가 본인이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정치적으로 소외된 상태였을 때, 그리고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후 자신 곁에 남아 일했던 몇 안 되는 보좌관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일하는 관계자들은 하프를 “필터라기보다는 전달자이자 트럼프의 충동적인 행동을 즉각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존재”라고 묘사했다. 또 고위 보좌관들의 감독 없이 활동해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측근 일부는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어떤 세력이 하프에게 영상이나 정보를 전달하면 그는 이를 검증하지도 않은 채 트럼프에게 보내기 때문에 트럼프에 영향력을 먼저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여름 트럼프는 억만장자 기부자 미리엄 애덜슨에게 분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때 ‘보내기'(send)를 누른 사람이 하프다. 다른 중재자가 이를 무마해 공화당의 가장 큰 기부자를 잃을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이 사건은 트럼프와 하프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준다.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에 올릴 직설적인 게시물을 말로 떠들면 받아 적어 올리는 것도 하프였다.
하프가 트럼프에게 헌신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명을 트럼프가 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독실한 기독교인인 하프는 2019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처음으로 트럼프의 관심을 끌었다. 하프는 뼈암에 걸렸는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2018년에 서명한 ‘시도할 권리(Right to Try)’ 법안이 자신에게 실험적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적 치료에서 어떤 약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