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원격근무가 급증하면서 테슬라와 오라클을 비롯해 미국 IT기업들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기술기업 오라클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본사를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 경기장에 ‘오라클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20년 계약을 체결한지 1년 만이다.
오라클은 “많은 우리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클라우드서비스업체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도 본사를 캘리포니아주에서 텍사스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정부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비판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원조’인 HP의 본사 이전 소식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HP는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1938년 차고에서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차고 창업과 벤처캐피탈은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술 스타트업을 키운 문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년 동안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판시스코 베이 지역이 기술 부문의 급격한 성장을 흡수하면서 주거비와 생활비가 치솟고 교통정체가 극심해지는 등 삶의 질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IT기술 분야는 지난 수십년 동안 틈새시장에서 미국의 지배산업으로 변모했다.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5개 카운티 고용이 29% 증가해 67만4000명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반면 건축허가는 21만1000세대 증가한 데 그쳤다. 이는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낮은 임대료와 세금을 찾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텍사스주 오스틴은 상당한 기술 인력과 더불어 낮은 주거비와 근로·자본소득에 대한 주정부 세금이 없어 기술기업들에게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본사가 있는 클라우드기술업체 박스의 애런 레비 CEO는 “실리콘밸리의 공간은 유한하다”며 “기술 분야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한 곳은 어디든 인재를 유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