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기 10분 전인 오후 11시50분쯤, 시민들이 종로구 보신각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총 60명 정도됐다. 대부분 20·30대 연인이었고 긴 패딩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세밑 밤 보신각 주변을 에워싸던 풍경과 비교하면 싸늘한 기분마저 들었다. 시민들은 1m 거리두기를 지켰고 그 사이로 높바람이 들이닥쳤다.
마스크와 긴 패딩으로 무장했으나 겨울바람은 어김 없이 빈틈을 찾아 파고들었다. 이 시각 서울 종로 기온은 영하 9도, 체감온도는 영하 14도였다.
검은색 패딩을 입은 민간 경호 업체 직원들은 “타종행사 없다“고 시민들에게 말했다. 사람이 몰린 곳에는 “분산해서 계셔달라”며 거리두기를 요청했다.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보신각 타종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리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 제야의 종은 울리지 않았다. 올해는 ‘타종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이 되자 3~4명이 손뼉을 쳤다. 연인들은 부둥켜안고 사진을 찍으며 “대박 나자”고 다짐했다.
이성친구과 함께 온 30대 남성은 “타종 행사는 안 하지만 여자친구와 사진찍고 소원 빌러 왔다”고 말했다. 연인으로 보이는 40대 남녀는 “12월31일 사람이 없을 땐 보신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왔다”고 말했다.
50대 남성은 경기도 하남에서 지하철을 타고 혼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추위에 잔뜩 웅크린 채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이 남성은 “새해를 기념하고 싶어 왔다”고 했다. 마스크 사이로 그의 해맑은 표정이 드러났다.
시민 대부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며 소원을 빌었다. 새해 소망은 저마다 달랐다. 그러나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씨(31)는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은데 가정 형편상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에 걸리면 더욱더 위험할 텐데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김씨는 “새해엔 주식으로 대박 나든, 월급이 오르든 어머니가 일을 그만 둘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신모씨(28)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새해 첫날을 친구들과 정동진에서 해맞이하며 보내려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취소했다”며 “코로나19로 취업이 많이 힘들어졌는데 새해에는 코로나가 없어져서 취업 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해 전날 저녁 홍대 술집에서 만난 50대 여성 사장은 “지하까지 테이블이 총 30개 있지만 오늘 오후 3시부터 영업해 지금까지 8테이블밖에 받지 못했다”며 “새해 소망이라면 코로나가 끝나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