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자동차 산업을 향한 엇갈린 시선이 공존한다. 내수 실적으로 버텼던 지난해와 달리 국내 완성차 업체의 진정한 시험 무대는 올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초기 방역과 내수 지원책 등으로 버텨낸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내년부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갈등 리스크,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2019년과 비교해 2계단 오른 5위 수준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이는 착시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업체들의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장밋빛은 아니다. 차산업협회는 올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내수가 전년보다 4.4% 감소한 182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22.9% 증가한 234만대, 생산은 10.3% 늘어난 386만대로 예상됐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전년보다는 수출과 생산이 개선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2019년 수출과 생산은 각각 240만대, 395만대였다.
특히 올해 생산 차질을 빚은 해외 업체들의 정상화가 예상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와의 생산성 및 인건비 등 비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차산업협회는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일본·미국 등 해외 경쟁업체와 비교해 고용과 생산 등 노동 유연성이 부족해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탄력적 생산이 어려워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경쟁업체들은 지난해 인력 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실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아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안정화에 따른 수요 증가, 해외 경쟁업체들의 생산 정상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국 순위도 6위나 7위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에는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위축되면서 미래차 산업에 대한 대비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패러다임 변화 속도는 빠른데, 현실적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이를 따라가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조원이었던 국내 완성차 업계의 설비투자액은 올해 6조1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5년간 설비투자액도 유사한 수준이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곳은 없다.
이런 가운데 해마다 국산차 업체의 생산성을 깎아내리는 노사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한국지엠(GM), 기아차 노조는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부분파업을 단행했지만, 큰 실익은 없었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은 각각 2만5000여대, 4만7000여대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GM의 경우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며 국내 사업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갖가지 비용 절감 노력에도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쌍용차의 사례를 확인하고도 르노삼성차 노조는 파업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중견 3사의 미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시대에 여전히 노사 관계 이슈에 매여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대 변화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미래차로의 전환 속도가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며 “기업 간 합종연횡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즐기지 못하는 업체는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는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이라는 ‘1고3저’에 시달리고 있고, 노사 관계도 불안하다”며 “기업 문화는 물론 경영 마인드를 재정비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