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올해 3분기(7~9월) 9500억여 원의 일회성 비용에도 약 6조5000억 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거뒀다. 완성차 판매가 줄었음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차종 중심 판매로 역대 3분기 최대 매출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9% 이상 이익률을 보이며 여전히 업계 상위권 수익성을 과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정밀한 내부 진단과 과감한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계획이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올해 3분기 합산 실적은 매출 69조4482억 원, 영업이익 6조4621억 원이다.
업체별로 매출은 현대차 42조9283억 원, 기아 26조5198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현대차 3조5809억 원, 기아 2조8812억 원이다. 매출은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역대 3분기 최대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차는 전년 대비 6.5% 감소했고, 기아는 3분기 최대치를 1년 만에 다시 경신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6조6869억 원)보다 3.3% 감소했지만, 약 95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8.3% 기아 10.8% 등 합산 9.3%를 기록했다. 기아는 2022년 4분기부터 8분기 연속 두 자릿수 이익률을 올렸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분기 그랜드 싼타페 등 과거 미국 시장에 판매한 일부 차종에 탑재된 람다2 엔진의 추가 보증 비용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업체별로 현대차는 3200억 원, 기아는 6300억 원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안전 문제가 아닌 생산 이슈에 따른 조치”라며 “선제적으로 비용을 반영, 추가적인 충당금 발생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의 3분기 판매는 모두 전년 대비 줄었다. 업체별 판매량은 현대차 101만1808대, 기아 76만3693대로 합산 177만5501대를 기록했다. 감소폭은 현대차 3.2%, 기아 1.9%다.
글로벌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비싼 SUV와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등을 많이 팔아서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분기 기준 SUV 판매 비중이 60%를 기록했고, 기아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21%에 달했다. 판매 감소를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으로 만회한 것이다. 기아의 올해 3분기 글로벌 ASP는 3640만 원으로 지난해 3분기 3450만 원보다 5.8%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현대차·기아 모두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기아의 경우 46.4%에 달했다. 현대차도 전체 판매량 가운데 미국 비중이 지난해 3분기 21.5%에서 올해 3분기 24.8%로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4분기 시장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신차 투입과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본격 가동 등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아는 4분기 미국에서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본격화하고 일시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했던 모닝과 스토닉 등 소형급 볼륨 차종 공급을 확대해 수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3열 전기 SUV 아이오닉9 등 차세대 모델을 잇달아 투입한다.
신차 출시는 2025년에도 이어진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4분기는 전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상황이고 EV3, K8 하이브리드 그리고 그간 공급의 어려움을 겪은 쏘렌트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카니발 하이브리드 등 신차가 정상적으로 나갈 예정”이라며 “2025년과 2026년은 기아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목표치 달성도 문제없다고 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밝힌 연간 가이던스 매출액 성장률 4~5%, 영업이익률 8~9%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고, 기아는 연간 가이던스를 최대 매출액 110조 원, 영업이익 13조2000억 원, 영업이익률 12% 이상으로 상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이 지속할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부문별 대응책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치밀한 내부진단 및 과감한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