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혼 소송 재산 분할액으로는 역대 최고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30일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1700만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총 4조 115억 원가량에 이르는 두 사람의 재산 총액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 비율로 현금 분할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재단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공개 활동을 지속해 마치 배우자 유사 지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며 “상당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며 헌법이 존중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최 회장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반성·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사정이 혼인 파탄으로 인한 손해배상 산정에 고려돼야 하므로 1심의 위자료는 너무 적고 증액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SK그룹의 주식 형성과 가치 증가에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있다고 보면서 재산 분할 금액을 크게 올렸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와 관련해서는 1991년쯤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SK 선대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등 유무형적 기여를 했다고 판단된다”며 SK의 주식 역시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고 봤다.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변호인단 역시 노 관장 측만 출석했다.
노 관장을 대리하는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 이후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한 훌륭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1988년 노 관장과 결혼했으나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 관장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자 2020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1심에서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조 원 상당의 SK㈜ 주식 절반(649만여 주)의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 원, 위자료 명목 1억 원 등 총 66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최 회장의 SK 주식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봐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1심 당시 요구했던 재산 분할의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변경하고 금액도 2조 원대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