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전설’ 행크 애런이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배리 본즈,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등이 하늘로 떠난 전설을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런이 별세한 23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애런이 베이스를 돌 때 기록만 좇지 않았다”며 “그는 편견의 벽을 깨는 것이 하나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애런은 미국의 영웅이었다”고 적었다.
애런은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타자였다. 통산 755홈런 기록이 2007년 배리 본즈(764개, 샌프란시스코)에 의해 깨졌지만 팬들은 약물 스캔들에 휘말렸던 본즈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54년 데뷔한 그는 1976년까지 뛰면서 베이브 루스를 넘어 최다 홈런을 기록했고, 통산 타점(2297타점)과 총루타(6856루타)는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통산 최다 안타 3위(3771개)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1957년 MVP 수상과 홈런왕 4회, 타격왕 2회, 타점 1위 4회 등을 기록했다. 25차례 올스타에 뽑혔고, 외야수부문 골드글러브를 3차례 수상했다.
애틀랜타 브레이스와 밀워키 브루어스는 그의 등번호 44번을 영구결번 시켰고, 그는 1982년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르자 마자 97.83%의 지지로 헌액됐다.
메이저리그는 1999년 애런의 기록 경신 25주년을 기념해 ‘행크 애런상’을 제정했다. 양 리그서 가장 두드러진 타격을 보여준 선수에게 매년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인종차별을 넘어선 대표적인 선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애런이 활약할 때만 해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며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백인을 대표했던 루스와 홈런 경쟁을 펼칠 당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시련 속에서도 많은 것을 극복해낸 애런은 미국 야구계에서 흑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개인 통산 762홈런으로 애런의 기록을 넘어선 본즈도 SNS를 통해 영웅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본즈는 “몇 차례 애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며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는 상징이자 전설이었고,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즈는 “당신은 선구자였고, 아프리칸 아메리칸 선수들이 당신을 롤모델로 삼으며 꿈을 꿀 수 있었다. 당신이 그리울 것”이라고 애뜻함을 전했다.
애런은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흑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앞장서 백신 접종을 하기도 했다.
MLB닷컴도 이날 애런을 추모하며 “그는 인종차별과 가난을 극복했던 진짜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애런은 기록뿐만 아니라 인성은 더욱 대단했다”며 “야구에 상징적인 존재였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동경한 인물이다. 늘 특별한 인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트라웃은 “애런을 보며 경기장 안팎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오늘 전설을 떠나보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