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들이받은 뒤 10일 만에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대 징역 1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음주치상죄 적용, 또 구속 가능성이 대두되자 ‘음주는 안 했다’고 부인으로 일관하던 태도를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8일과 19일 창원 공연을 강행한 건 “40억 원으로 예상되는 매출 손실을 피하기 위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김호중과 기획사는 음주 운전을 뺀 사고 후 미조치와 도주 치상은 인정하고 가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전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음주 사실’을 인정한 건 “음주물과 관련된 국과수 부산물 검사 결과가 나온 데다 스크린 골프장, 음식점 등에서 술을 주문해 마신 영상증거를 경찰이 확보했을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징역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중형에 처할 수 있는 음주치상죄는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수치가 없어도 비틀거린다, 혀가 꼬인다, 대리운전 차를 탔을 때 김호중이 휘청거렸다는 등 간접증거로도 처벌할 수 있다”라며 이런 가능성에 따라 인정 쪽으로 급선회한 것같다고 했다.
여기에 “매니저가 증거 인멸도 했고 (김호중이 음주 사실을) 계속 부인하는 건 구속 수사를 앞당기는 길이라고 자체 판단도 한 것 같다”며 구속 가능성에 납작 엎드린 것 같다고 했다.
10일간 버틴 또 다른 배경에 대해 이 교수는 “최대한 금전적인 손해는 보지 않으려고 하는 미시적 전략도 작동됐다”며 “콘서트를 이틀간 강행한 건 매출액 40억 손해를 안 보려고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밖에 “김호중 씨 스스로 ‘내가 음주 운전했는데 했는데 가짜 자수를 해 달라’는 녹취록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보도 등이 태도 급변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김호중과 기획사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 아니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몰입한 것 같다”며 이것이 판단미스를 낳았다고 했다.
즉 2016년 4월 방송인 이창명 씨가 교통사고를 낸 지 9시간여 만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 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부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예에 기대를 너무 걸었던 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아울러 “기획사가 ‘음주운전만 아니라면 벌금형에 그칠 것이며 나머지는 다 안고 가겠다’, ‘김호중만 생존하면 기획사는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도 잘못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