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큰 목표로 내세운 일본이 강호 독일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독일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으나 다른 강호 스페인과 벨기에는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는 모로코와 득점 없이 비겼다.
일본은 2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에 2골을 몰아치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전반 33분 일카이 귄도안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30분 도안 리쓰, 후반 38분 아사노 다쿠마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로써 일본은 전날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번 대회 아시아 국가 중에서 2번째로 승리한 팀이 됐다.
일본이 월드컵 무대에서 역전승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지금껏 선제골을 내준 본선 9경기에서 2무7패, 단 1번도 승부를 뒤집지 못했는데 ‘거함’ 독일을 상대로 기분 좋은 기록을 달성했다.
독일은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0-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또 다시 아시아 팀에게 패배를 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더불어 2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 있는 위기에 몰렸다. 독일은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한국에 패배를 당하며 지난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조별예선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는 쓴 맛을 본 바 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독일이 전반 33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다비드 라움이 곤다 슈이치 골키퍼에게 파울을 당하며 얻어낸 페널티킥을 일카이 귄도안이 키커로 나서 여유 있게 득점에 성공했다.
일본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를 빼고 수비수인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투입하며 전술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일본은 독일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면서 자신들이 자랑하는 패스 축구를 펼치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일본은 후반 12분 미토마 가오루, 아사노 다쿠마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일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자신들이 준비한 경기를 펼치며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 15분 귄도안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며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필요할 때 도망가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실점 위기를 넘긴 일본은 도안 리츠, 미나미노 다쿠미 등 공격수들을 계속해서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일본의 교체 카드는 통했다. 일본은 후반 30분 미나미노의 슈팅이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에 막혀 흐른 공을 도안이 다시 슈팅으로 이어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높인 일본은 후반 38분 아사노의 골로 리드를 잡았다. 아사노는 후방에서 한 번에 연결된 패스를 잡은 뒤 독일 수비수와의 경합 상황에서 이겨낸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려 노이어를 뚫었다.
리드를 잡은 일본은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한 독일의 막판 공세를 차분하게 막아내면서 승리, 포효했다.
같은 E조의 ‘무적함대’ 스페인은 카타르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스페인은 994번의 패스를 성공시키고 코스타리카에 단 1개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경기 초반부터 중원에서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주도권을 잡은 스페인은 전반 11분 만에 선제 득점에 성공, 리드를 잡았다. 다니 올모가 코스타리카 수비 뒤 공간을 침투 한 뒤 침착하게 공을 컨트롤하고 슈팅까지 연결, 선제골을 터뜨렸다.
10분 뒤에는 마르코 아센시오가 추가 골을 넣었다. 아센시오는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조르디 알바의 크로스를 잡지 않고 왼발 하프 발리 슈팅으로 때려 코스타리카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높인 스페인은 전반 31분 한 골을 더 추가했다. 알바가 코스타리카 페널티 박스안에서 파울을 당해 얻은 페널티킥 기회에서 페란 토레스가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마무리 지었다.
후반전에도 경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스페인은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고 후반 9분 토레스가 멀티골을 기록,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스페인은 세르히오 부스케츠, 알바, 토레스 등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등 교체카드 5장을 모두 사용하며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줬다.
여유 있는 경기 운영 속에서도 스페인은 후반 29분에 터진 가비의 득점으로 5골차로 달아났다. 18세 110일에 골 맛을 본 가비는 역대 월드컵 본선 최연소 득점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최연소 득점 기록은 ‘축구 황제’ 펠레가 갖고 있는데, 그는 지난 1958년 17세 249일의 나이에 득점을 올린 바 있다.
이미 승리를 확정 지은 상황에서도 스페인은 공세를 높였고 경기 막판에 카를로스 솔레르, 알바로 모라타의 연속골까지 나와 7골 차 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F조의 벨기에는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으로 진땀 승리를 거뒀다.
벨기에는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가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선방쇼를 펼친 덕에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캐나다는 총 21개의 슈팅 시도에도 불구하고 단 1골도 넣지 못하며 패배했다.
캐나다가 경기 시작 10분 만에 상대 수비수의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벨기에에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쿠르투아가 있었다. 쿠르투아는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키커로 나선 알폰소 데이비스의 슈팅을 막아냈다.
이후에도 캐나다는 빠른 공격 전개와 적극적인 슈팅으로 벨기에의 수비를 괴롭혔지만 마지막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져 리드를 잡는데 실패했다.
캐나다의 공세를 차분하게 막아낸 벨기에는 전반 44분에 나온 미치 바추아이의 골로 리드를 잡았다. 수비 진영에서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길게 넘겨준 공을 바추아이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 캐나다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되면서 벨기에가 승리를 챙겼다.
알코르의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F조 조별리그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팀 크로아티아는 F조에서 벨기에와 함께 16강에 오를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모로코전 무승부로 출발부터 꼬였다. 반면 모로코는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내며 1986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토너먼트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