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 터미널(T1) 면세점 4기 사업자 재입찰이 참여 저조로 결국 유찰됐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22일 “오늘 면세점 입찰과 관련해 경쟁 미성립으로 전 사업권이 유찰됐다”고 밝혔다.
◇”파격 조건도 소용 없었다”…’재재 입찰’도 난망
이번 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면세점은 일부 구역에 대한 입찰에 참여했지만, 업계 2위인 신라 면세점과 4위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포기했다.
신라와 현대가 빠진데다 중소·중견 기업 사업권마저 참여자가 없어 인천공항은 결국 6개 전 구역 ‘유찰’ 결정을 내렸다.
인천공사측은 이번 유찰에 따라 곧바로 재공고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르면 23일 추가 입찰 일정을 확정하고 재공고를 낼 것”이라며 “입찰 조건과 내용은 기존과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3월에 이어 이번 재입찰까지 대규모 유찰 사태가 일어나면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공항공사는 이번 재입찰에서 업계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파격 조건을 내걸며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공사는 임대료를 지난 1차 입찰보다 30%가량 낮췄다.
각 업체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참여 의사를 피력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타격과 비용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국내 면세점 매출(1~7월 누적)은 8조583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1조6568억원) 대비 26.23% 줄었다.
특히 몸집이 큰 메이저 업체일 수록 타격이 컸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735억원이다. 매출은 1조4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감소했다. 신라면세점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964억원에 달했다. 매출 또한 1조2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AK PLAZA상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
◇”코로나 시대 생존경쟁”…치열한 ‘눈치싸움’ 반영
이날 재입찰에서는 오후 4시 접수마감 직전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코로나 사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속 생존을 위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에서는 신라·현대 면세점이 사업제안서 제출을 포기한 것도 앞으로 공사 측과의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면세점의 꽃으로 여겨지는 화장품 사업 구역(DF2) 등은 막판까지 수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구역은 업계 1~2위 롯데와 신라 사이 경쟁은 물론 막바지 현대백화점 참전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곳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찰 사태가 이렇게 계속 반복된다면 공항공사 측에서도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입찰과 유찰이 반복된다면 공사도 업계도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재입찰은 지난 3월 유찰 사태가 일어난 대기업 사업권 4개(DF2, DF3, DF4, DF6)와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2개(DF8, DF9)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입찰 당시 신라와 롯데는 각각 DF3, DF4(주류·담배) 구역에 낙찰됐지만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을 우려, 우선 협상권을 포기한 바 있다. DF2(향수·화장품), DF6(패션·잡화)는 유찰 사태가 벌어졌다. DF7(패션·잡화)에 입찰한 현대백화점 면세점만 사업권 유지를 선택했다.
중소·중견 사업권인 DF8, DF9는 에스엠 면세점이 입찰했지만 지난 6월 사업권은 물론 현재 운영 중인 매장까지 ‘포기’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