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달 5박7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연달아 방문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와 양자회담에 참석한다.
이번 순방에는 별도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지는 않지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과 판로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5~8일 인도네시아 방문…’아세안·한일중 정상회의’ 참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31일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의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5~8일 인도네시아를, 8~10일 인도를 방문해 10여개의 다자회의와 정상회담을 가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먼저 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해 동포 만찬 간담회를 갖고, 6일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아세안 간 실질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아세안 플러스 쓰리'(아세안+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후 ‘한-아세안 인공지능(AI) 페스타’에 참석한 뒤,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갈라 만찬에 참석한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첫 회의 이후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번갈아 의장국을 맡았는데, 올해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다. 김 차장은 “이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 실현을 위해 아세안과 한일중 간 협력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논의하고, 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밝힌 한국의 독자적 인도태평양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지난 4월 제시한 구체적 이행계획에 이은 세 번째 선언이다.
윤 대통령은 7일 동아시아 18개국 정상이 모여 역내외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역내 현안과 국제 현안에 대해 입장을 개진하고, 국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수립에서 한국은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를 역설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캄보디아 및 쿡 제도 정상들과 양자 회담도 갖는다. 해당 국가와의 정상회담은 현재 확정됐으며, 그외 아세안 회원국 및 파트너국과의 양자 회담 개최 여부를 추가 조율 중이라고 김 차장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8일에는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후 양국 정상은 주요 협력 문서 서명식을 갖고,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합의 사항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인도 G20 정상회의 참석…한일중 정상회의·한중회담 ‘촉각’
윤 대통령은 8일 인도 뉴델리로 이동해 정상외교를 이어간다. 첫날에는 동포간담회를 갖고 이튿날인 9일부터 사흘간 G20 정상회의 3개 세션(하나의 지구·하나의 가족·하나의 미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9일 저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10일에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함께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 헌화 및 식수를 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인도 정상회담’을 포함해 스페인, 아르헨티나, 모리셔스 등 주요국 정상들과도 별도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아세안·한일중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좌할지도 관심사다. 대통령실도 한·중 교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고위급 채널을 통한 소통을 추진 중이지만, 당장 한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중 정상회의’ 또는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든 바람직하게는 올해 중에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다자외교 계기에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아세안 관련 회의에는 중국 총리가 참석하고 G20 정상회의는 주석이 참석하는데, 현재까지 다자회의에 중국의 어떤 지도자가 어떤 행사 나올지 통보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 누구를 보내느냐에 따라서 (양국 정상 간) 논의가 열릴 수도 있고, 그다음 다자회의 계기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외교’ 실현과, 최종 개최지 선정 투표까지 3개월 남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막판 총력을 기울인다는 복합적인 목적이 깔려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에 가장 주요한 현안인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대한민국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강조할 것”이라며 “기후취약국 지원 확대,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 제안을 통해 우리의 글로벌 책임 외교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 정책과 재건 지원, 글로벌 디지털 윤리 규범 정립을 위해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천명할 것”이라며 “G20국가들과의 협력을 한층 더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아울러 “윤 대통령은 자카르타와 뉴델리로 이어지는 이번 순방 계기에 정상외교를 적극 활용한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3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 순방 경제일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8.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수출 확대·공급망 다변화…정의선·구광모 등 총수들도 동행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인도네시아·인도 방문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수출시장 확대, 첨단산업 공급망 다변화, 디지털 리더십 강화 등 ‘경제 외교’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는 10개 아세안 회원국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니켈 등 핵심광물이 풍부해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전기차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고, 신수도 이전 및 인프라와 방산 등 유망 수출 분야의 협력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한 최 수석은 “아세안과 인도는 우리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윤 대통령은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통해 작년 10월 이후 계속돼 온 수출 마이너스 행진에 종지부를 찍는 모멘텀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은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 계기에 다수의 양자회담을 통해 원전, 방산, 인프라 등 우리의 유망 수출 산업을 적극 홍보하고, 국가별 FTA 협상과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우리 기업들의 진출 애로사항도 집중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세안과 인도는 핵심 광물이 풍부하고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전략 국가이기도 하다.
최 수석은 “우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의 첨단 산업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아세안 7개국과 인도, 우리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서의 공급망 공조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리더십 강화와 관련해서도 아세안, G20에서 모두 논의할 계획이다.
최 수석은 “아세안은 디지털 경제의 진입은 늦었지만 그 어느 지역보다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과 아세안의 디지털 미래 세대가 만나는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기술 혁신과 디지털 심화, 디지털 포용성 확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