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해임은 법률적·정치적 실책이 명백할 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총리에게) 특별한 실책이 없는데, 국정이 야당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민주당이 이재명 당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국정은 뒤로 하고 당 대표를 지키겠다고 하는 ‘방탄 쇼'”라며 “명분도 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해임건의안의 수용 여부조차 고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임건의안은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임건의는 말 그대로 ‘건의’일 뿐”이라며 “고심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민주당이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결의하자 “막장 투쟁의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압도적 의석수를 차지한 거대야당이 시급한 민생과 경제 현안은 도외시한 채 ‘당 대표 구하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통화에서 “대통령은 민생과 수출을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모두 힘을 모아 분발해도 모자랄 판에 막장 정치 투쟁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아니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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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투쟁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3.9.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양곡관리법 개정안(4월)과 간호법 제정안(5월)에 이은 세 번째 재의요구권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정당화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불법을 합법화’하는 형용 모순이고, 방송법도 결국 언론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법안을 수용할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법안들을 무리하게 강행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가한 반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법안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사실상 굳히면서 대야(對野)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고, 국정 발목잡기를 노골화한 국면에서의 여야 협치는 ‘불의한 타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은 정권 초부터 국정 방해를 당론처럼 삼고 피의자 신분의 당대표 지키기에 급급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면서 “(이 대표와의) 협치가 이제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형량협상제) 느낌이 되는 상황을 (야당이) 연출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