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형수씨(64)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이 대표와 공범으로 적시되는 등 심적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이 대표는)이제 정치를 내려 놓으시라’는 남겨진 유서를 보면 억울한 심정이 그대로 표출됐다.
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이라며 이 사건의 발생을 오히려 검찰 탓으로 돌리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된 이 대표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 전씨의 이름은 총 23차례 거론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연임 당시이자 구단주를 지냈던 2014~2017년 두산건설, NH농협은행 성남시지부, 네이버, 분당차병원,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기업 등 6곳에서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전씨는 당시 경기 성남지역 소재 기업들의 성남FC 불법 후원이 이뤄질 시기, 성남시 행정기획조정실장 직책을 맡았었다.
전씨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 조사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에서 퇴직할 즈음 이뤄진 것으로 2022년 12월26일이다.
검찰은 지난 2월28일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 전씨가 △구미동 부지 관련 뇌물 50억원 요구 △정자동 부지 관련 뇌물 40억원 수수 △희망살림을 통한 범죄수익 취득 가장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이 대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했다고 적었다. 전씨의 이름은 총 23차례 적시됐다.
전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 수사 당하는 게 제 잘못인가”라고 언급했다.
검찰의 수사가 전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는 이 대표의 발언에 검찰은 ‘한 차례 조사뿐’이라고 대응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고인에 대해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고 그외, 검찰청에서도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당시의 조사시간과 추가소환 조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과도한 압박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재명)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최근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공개재판 과정에서 고인과 관련된 일부 증언이 있었으나 검찰에서 이와 관련한 조사나 출석요구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씨의 유족도 “성남FC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는데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전씨의 주변으로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고 이중 첫 장은 이 대표에 대한 내용으로, 나머지 장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녹였다.
유서에 대해 유족 측이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지만 ‘(이 대표는)이제 정치를 내려 놓으시라’ ‘더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나는 일만 열심히 했는데 검찰 수사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당시)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적혀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대목은 이 대표 주변인물 중 유명을 달리한 사례는 전씨가 다섯번째인데 각종 의혹사건에 연루된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의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전씨의 유족 측은 또 “(전씨가)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도 진술 했는데 이는 ‘이재명-김성태 모친상 대리조문’과 관련된 보도다.
지난 1월31일 수원지법에서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8차 공판이 열렸다.
당시 쌍방울그룹 전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전씨는 초면이고 전씨는 경기도를 대표해서 당시 조문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고 언론에서는 이를 ‘대리조문’ 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보도됐다. 이때문에 전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전씨에게서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검토 중이지만 유족의 동의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앞서 전씨는 전날(9일) 오후 6시4분께 성남시 수정구 소재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는 외출해 귀가한 아내에 의해 이뤄졌다.
전씨의 시신은 성남시의료원에 안치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