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리즈도 만들고 다른 영화에 출연도 하겠지만, 재밌는 것도 있고 잘 안 되는 것도 있겠죠. 그렇지만 도전을 안 하고 앉아만 있는 게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비견되며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고 불리는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배우 마동석(52). 지난달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신작 영화 ‘황야’는 그런 그의 영화 세계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로까지 확장시킨 작품이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영화 비영어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위 한 소감은?) 좋죠.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미국 할리우드에서 이래저래 같이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메일도 많이 오고 전화도 많이 오고 있어요. 시차가 안 맞아서 다 못 받았지만 문자가 왔고 재밌게 잘 봤다고, 혹시 뒤에(후속편을) 또 만드느냐 물어보기도 하고요. 잘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마동석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열심히만 만들고 그 다음은 하늘에 맡긴죠. 제가 일희일비가 없어요. 크게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않아서…그냥 좋습니다.”
마동석/넷플릭스 제공 |
‘황야’는 마동석과 오랫동안 함께 영화를 만들어 온 무술 감독 허명행의 연출 데뷔작이다. 허명행 감독은 무술감독으로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비롯해 ‘범죄도시’ 시리즈, ‘유령’ ‘헌트’ ‘부산행’ 등의 영화에서 액션을 책임져 왔다.
“허명행 감독은 스턴트를 오래 함께 했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아시는 작품 말고도 잘 모르시는 저예산 영화에서부터 많이 호흡을 맞췄어요. 예전에 제가 단역을 할 때 액션 없이 스턴트를 많이 했는데 그때 허명행 감독이 많이 도와줬어요. 사고로 척추와 어깨, 발목이 부러졌을 때도 와서 ‘형 다시 일어날 수 있을거예요’ 하면서 위로를 해줬고요. 스턴트는 전쟁과 비슷해서 여기저기 다치고 하는데 ‘밥 많이 먹으면 낫겠지’ 하면서 서로 위로해주는 사이에요.”
마동석은 ‘황야’의 주연 배우인 동시에 제작자이기도 하다. 친한 동생이자 동료인 것을 떠나 연출자로서 믿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면 프로젝트를 맡기지 못했을 것이다. 허명행 감독을 연출자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황야’ 포스터 |
“영화를 수십 편 같이 하면서 봤어요. 허명행 감독의 액션 연출 스타일은 동작에 국한되지 않아요. 캐릭터 드라마에 맞게 액션을 구상하려고 노력하죠. 머리가 좋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감독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나온 여러 명장면을 만들었죠. 액션을 만들지만 유머나 캐릭터, 드라마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영화 전체를 연출하는 것도 잘 할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그 기회를 내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고요.”
틈틈이 새로운 영화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마동석은 오랫동안 허명행 감독과 함께 찍을 작품을 준비해왔다. 그렇게 함께 하게 된 작품이 ‘황야’와 ‘범죄도시4’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동석은 극중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사냥을 해 거기서 나온 식량을 물물교환해 살아가는 남산을 연기했다.
남산의 캐릭터는 기존 액션 영화 속에서 마동석이 맡아왔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기시감’을 근거로 아쉽다는 평을 보내기도 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서사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동석은 “서사는 다른 영화에서 만들 면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서사를 다 담으면 액션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동석/넷플릭스 제공 |
“새로운 세계는 설명이 많이 필요해요. 그 설명을 다 듣고 갈 것인가. 조금 불친절해도 액션 위주의 오락성을 강조할 것인가 고민했죠. 이 영화는 액션신이 많은데다 서사를 집어넣는 것은 약간 예를 들면 돈까스 전문점에서 곱창전골도 찾고 라면도 찾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런 영화는 지금과 같은 방향성으로 가야한다 생각했어요. 감독과 여러 제작자, 프로듀서들, 전문가들이 상의를 거쳐서 우리 영화는 이렇게 방향성을 정한 거였죠.”
일부 관객들이 기시감으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영화의 방향성과 콘셉트에 따라서 기존 마동석의 캐릭터가 들어가는 것이 맞을 때가 있고 새로운 캐릭터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저 혼자서는 그렇게 구분하고는 해요. 마동석이 나오느냐 아니냐. ‘범죄도시’ 시리즈와 ‘황야’에는 마동석이 나와요. ‘황야’를 기획하면서 제작진, 감독과 얘기한 건 남산을 마동석으로 가져가야 하는가, 아니면 그간 안 했던 다른 캐릭터로 가져가야 유리한가였어요. 전문가들이 이 영화 같은 오락적인 액션물에서는 마동석이 그대로 나와줬으면 좋겠다, 그대로 꼭 나와서 OTT로 글로벌 관객들에게 (캐릭터를) 보여주자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게 됐어요. ‘범죄도시’ 시리즈가 3000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제가 나오면 당연히 기시감이 드시겠죠. 그 부분은 다른 재미로 채워드리면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마동석은 “영화가 재밌으면 된다”며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의 블라인드 시사 관객들의 점수가 1, 2, 3편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귀띔했다. 영화가 주는 재미에 대해 자신한다면 ‘기시감’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앞서 허명행 감독은 인터뷰에서 ‘황야’를 통해 글로벌 관객들에게 ‘유일무이한 액션 스타’ 마동석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허 감독에게 마동석은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과 비교할 수 있는 독보적인 스타다.
마동석/넷플릭스 제공 |
“허 감독이 일단 그렇게 말한 건 굉장히 고마워요.(웃음) 드웨인 존슨은 키도 크고 잘생겼어요. 저와 비교할 수 없죠. 저도 드웨인 존슨을 좋아해요. 레슬링 할 때부터 팬이었죠. 저는 외모가 달라 액션을 좀 더 잘 해야해요. 배우에 따라서 캐릭터는 달라질 거예요. 모든 영화에서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배우도 있어요. 그걸 배우의 덕목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액션 영화를 하고 싶어서 (그 부분의 커리어를)오래 쌓아오고 해쳐나온 거라서, 지금 굉장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액션이 좋아 배우가 됐고,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액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것이면 된다.
“저는 엔터테이너에요.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영화를 통해 엔터테이닝 하는 거죠. 인생을 살아내기도 쉽지 않은데 영화를 보는 시간 만이라고 관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풀어내기를 바라요. 저는 그게 살면서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해요.”
좋아하는 액션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마동석은 매일 운동을 한다. 자기만의 복싱장을 열어서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한다.
마동석은 “어느 정도 나이가 돼서 액션을 못하는 날이 오겠죠. 지금 저는 다리도 절고 어깨도 수술했어요. 몸이 아픈 날이 오면 다른 장르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영화는 마라톤이에요. 어느 기간에 뭔가를 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언젠가 액션이 아예 없는 드라마 장르를 찍을 수도 있을텐데. 아직은 잡혀 있는 액션 영화가 많이 있고 해보고 싶은 다른 결의 액션이 많아요. 그런 것들까지 충분히 잘 해보고 싶어요.”
마동석/넷플릭스 제공 |
마동석은 2016년부터 공개 열애를 이어온 예정화와 지난 2021년 부부가 됐다. 유명인 커플로서의 모습을 자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흔적은 그의 일상 곳곳에서 묻어난다. 최근 S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모래사장 하트샷’도 그런 것들 중 하나다. 이 사진은 현재 포털 사이트에서 마동석의 프로필로 사용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아이디어는 대부분 와이프가 줘요. 와이프가 (아이디어를) 주면 저희가 열심히 찍어보죠. 잘 안 돼서 버린 것도 많아요. 모래사장 하트샷이 유행이니 찍어보자고 아내가 권유해서 했어요. 만들기 어렵더라고요. 제목도 마땅히 없고 해서 제목을 지어달라고 올렸는데 ‘생매장 시점’ ‘아직 안 죽었구나’ 등등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 주셔서 재밌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