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교외 윌링에 있는 시카고 한인문화회관(회장 김윤태)이 6년여에 걸친 대장정 끝에 내부에 다목적 공연장인 ‘비스코 홀’을 개관한다. 2019년 애초 150만 달러로 시작한 비스코 홀 건립은 코로나19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20만 달러(58억원)까지 사업 규모가 커졌다. 시카고 한인사회의 최대 프로젝트로, 향후 역할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오는 9월 14일 비스코 홀 개관식을 앞두고 지난 19일(수), 한인문화회관에서 김윤태 회장과 강정희 이사장, 최기화 사무총장을 만났다.
비스코 홀 건립은 서병인 비스코(Bisco) 회장과 그의 부인인 서민숙 씨가 운영하는 비스코 자선 재단이 10년 약정으로 150만 달러를 쾌척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립인문재단(NEH) 60만 달러, 재외동포재단 15만 달러 등 그랜트를 받고 그 외 독지가들 많은 후원이 이어지면서 420만 달러 대공사로 확대됐다.
프로젝트 초기 가장 큰 고비는 NEH 60만 달러를 받는 과정이었다. 강 이사장은
“NEH가 60만 달러 그랜트를 약속했는데, 4:1 매칭 그랜트여서 자체 240만 달러를 확보해야 했습니다. (김윤태) 회장님이 모금 캠페인을 벌였고, 그때 거짓말처럼 100만 달러 이상을 모았습니다”라고 회상했다.
비스코 홀 착공은 뒤늦게 지난해 4월 이뤄졌다. 코로나19 등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예상 공사비는 360만 달러. 이후 결혼식이나 폐백 등으로 활용할 ‘마당’ 등이 추가되면서 최종 공사액은 420만 달러까지 늘었다.
추가 비용이 들 여지도 있다. 김윤태 회장은 “돈은 항상 모자란다”면서도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이제 개관식을 눈앞에 두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비스코 홀은 극장으로는 총 400석, 연회장 사용 시 25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으로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다른 인종과 주류사회 등에도 쓰임새를 제공할 예정이다. 무대 전면 대형 LED가 특징이다. 비스코 홀 앞마당은 결혼식, 음악회 등을 위한 ‘마당’으로 꾸며진다.
비스코 홀 운영을 위한 전담팀도 꾸려진다. 지난 3년간 운영해 온 비스코 홀 건립 위원회를 발전시켜 효율적인 비스코 홀 운영 방안을 계속 모색해 갈 예정이다.
비스코 홀 개관과 함께 지난 2011년 처음 문을 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은 두 가지 큰 변화를 맞는다.
먼저 한인문화회관은 최근 이름을 ‘시카고 한인문화원’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비스코 홀 개관식 이후 바뀐 이름을 쓰게 된다. 기존 ‘회관’이 한인 커뮤니티가 모여 여러 활동을 하는 ‘장소(place)’ 개념이 강했다면, 이제 한국 문화 전파 등 ‘역할(activity)’에 초점을 맞춰 ‘원’으로 자리매김 해나가기 위한 개명이다. LA나 뉴욕에 있는 ‘한국문화원’과 유사 기능이다.
김윤태 한인문화회관 회장은 “비스코홀 개관식은 이 프로젝트의 엔딩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윤태 회장, 강정희 이사장. 2024.06.24/ © 뉴스1 박영주 통신원 |
김윤태 한인문화회관 회장은 “동포사회가 즐기고 행사하는 장소 의미에서는 회관이지만, 한국 전통문화를 전파하는 우리 역할로 봤을 때는 문화원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기존 영문명은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정희 이사장은 “이름이 바뀐다고 문화회관 활동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화원으로서 더 광범위한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한인문화회관을 대표해 온 ‘회장’ 직책이 없어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6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김윤태 회장 임기는 올해 6월까지. 이사회 권유로 9월 14일 비스코 홀 개관까지만 직무를 이어간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이임만 있고 취임은 없다”고 말했다. 향후 시카고한인문화원은 이사장과 사무총장 이원 체제로 운영된다.
비스코 홀 개관과 함께 10월 13일까지 약 한 달간 10여 개 유의미한 프로그램들도 적지 않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콜 칠드런 뮤지엄(Kohl Children’s Museum)과 함께하는 ‘캐릭터 디벨럽먼트’ 경우 3, 4년 이끌어갈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과 진행하는 현대 도예(contemporary ceramic) 협업도 기대가 크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필드 박물관과의 공동 작업이다. 1983년 시카고에서 열린 콜롬비아 만국박람회에 참가한 구한말 조선의 물품들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최기화 사무총장은 “당시 조선관의 전시 품목들이 필드 박물관에 남아있고, 이 가운데 10~15개 전시물을 가져와 전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은 당시 진주로 무늬를 박아 넣은 궤 등 가구류와 궁녀복이나 비단 자수품·삼베옷 등 의류·병풍·가마·종이 제품·호랑이 가죽·인삼·도자기·대포·곡식 등을 전시했다.
이외 한인 이민사를 각 분야 1세대 20명과 입양인 9명에게서 듣는 프로젝트 ‘오랄 히스토리’ 공식 오픈,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미주 최초 한인타운인 ‘파차파 캠프’를 알리는 내년 5월 전시회 등도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들이다.
6월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인 비스코 홀은 7월 말 완공 예정이다. 입주 허가(Occupation permit)도 이쯤 예상하고 있다.
김윤태 회장은 “비스코 홀 개관식은 이 프로젝트의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잘해야 다음 세대도 협력하고 아낄 것”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감도 우리가 공유해야 한다”고 한인 사회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