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선체 내부를 찍은 폐쇄회로(CC)TV 영상이 조작된 채 사건을 담당한 법원에 제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참위에 따르면 그동안 세월호 CCTV 영상 중 일부가 끊겨서 나온다는 분석이 있었다. 기존에는 바닷물에 잠기는 등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 때문에 CCTV 영상 저장장치(DVR)에 손상이 생겨, 중간중간 재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추론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사참위는 참사 당시 법원에 제출됐던 세월호 CCTV의 하드디스크와 복원 작업에 참여한 개인들이 보관해 오던 복사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영상 끊김 현상이 조작 때문이라는 정황을 파악했다.
사참위는 재생이 되지 않는 특정 부분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같은 영상의 다른 부분을 복사해서 해당 부분에 덮어쓴 정황을 확인했다. 쉽게 말해, 하나의 CCTV 파일에 동일한 장면이 두 개가 있는 셈이다.
사참위는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제출된 세월호 CCTV 영상 파일을 모두 분석한 결과, 총 1만8353곳에서 이런 ‘덮어쓰기’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참위는 법원에 제출된 하드디스크와 사본을 비교한 결과, ‘덮어쓰기’를 한 데이터 부분이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 생기는 ‘배드섹터’처럼 조작된 정황도 파악했다.
‘덮어쓰기’를 한 부분이 데이터상으로는 물리적인 손상이 있어서 재생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후에 누군가가 ‘덮어쓰기’를 한 뒤 물리적 손상이 있었던 것처럼 포장했다는 추론이 나오는 것이다.
사참위는 이런 데이터 조작의 74%가 참사 발생 전후인 2014년 4월15일과 16일 사이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과 관련한 CCTV 영상이 집중적으로 조작됐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덮어쓰기’ 정황이 발견된 부분은 현재 영상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파악이 어렵다. 그러나 세월호 CCTV 영상 파일에 조작 정황이 발견됐고, 그 부분이 물리적인 손상 때문에 변형된 것처럼 꾸며졌다는 게 사참위의 추론이다.
이날 사참위는 DVR의 수거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사참위는 2014년 6월22일 세월호 선체에서 DVR을 수거한 잠수사의 해드캠 영상에서 DVR이 선체 안내데스크 천장 부근에서 포착되는 장면을 확인했다.
당시 DVR은 CCTV와 연결된 선이 케이블 타이로 묶여서 아래층까지 연결돼 바닥에 꼭 붙어있었다. 선체에 충격이 가해져 DVR이 움직였다고 해도 CCTV선과는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꽉 붙어있어 반경 1m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DVR이 CCTV 선과 분리된 채 원래 설치 장소가 아닌 안내데스크 전정부근에서 발견됐다. 해군이 수거한 DVR이 실제 세월호 DVR이 아닐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또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를 조사했던 1기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하던 중 참사 당시 현장지휘본부가 2014년 5월9일 ‘DVR인양후 인수인계내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생산했음을 확인했다.
당시 해군은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참사 2개월 이후인 6월22일에야 DVR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DVR인양 후 인수인계 내역’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그 이전인 5월9일에 작성됐다는 것은 외부에 밝히기 이전 DVR를 회수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참위는 조작 규모에 비추어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인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DVR 수거 과정 조작 정황에 대한 증거와 단서를 검찰 특수단에 제공했지만 현재까지 수사에 대한 뚜렷한 진척 상항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특검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