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권을 잡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집권하는대로 곧 공적부조 규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3년간 시행된 공적부조 규정은 이민자들에게 연방복지혜택을 신청할 경우 체류신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했다.
LA카운티 소비자 비즈니스부 이민담당 다니엘 샤프 과장은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적부조 규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규정은 최근 판데믹 상황에서 공중보건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MS와의 인터뷰에서 “새 행정부는 공적부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적부조 규정 폐지를 약속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만약 민주당이 1월 5일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의회는 이민법에서 공적부조 규정을 영원히 폐지할 수 있다고 샤프 과장은 밝혔다. 만약 이민법에서 이 규정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을 경우, 차기 행정부에서 언제든지 이 규정을 다시 적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민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때 이 규정을 적용하려 했을 때 만큼 두려움에 쌓일 것이라고 샤프 과장은 내다봤다.
그는 “잘못된 법이 끼친 해악을 고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772이민법(Immigration Act of 1882)에 처음 제정된 공적부조 규정은 이민/체류신분 유지 부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다. 이 규정이 활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 규정은 국외 영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이 나중에 정부 지원에 의존할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활용된다. 이 규정은 또 미국이민서비스국(USCIS)이 재정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민자의 영주권을 거부하는데도 사용된다. 비자 및 영주권 발급 여부는 보통 나이, 영어구사능력, 장래 수입 등,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해 결정된다.
이민자가 추가 안정지원금(SSI), 빈곤가정을 위한 일시 지원금(TANF), 전반적 현금지원(또는 복지), 추가영양지원 프로그램(일명 푸드 스탬프), 섹션8 주택 또는 렌트 지원금, 연방정부 제공 메디케이드를 받은 경우, USCIS는 이민자의 영주권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부조 규정은 시민권 신청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공적부조 규정은 종종 “가혹한 부자 테스트”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가난한 이민자들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1900년대 초반 개발도상국 출신의 이민자들의 영주권 발급을 거부하는데 주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 규정은 최근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2019년 이전에는 전체 이민 케이스의 1% 미만이 공적부조 규정에 따라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현재, 최소 1030만명의 이민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연방정부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정책계획위원회의 만주샤 쿨카니 위원장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사문화된 이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를 처음 밝혔다”며 “이 소식은 마치 들불처럼 이민사회에 퍼졌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이 규정이 적용되기 훨씬 전부터 이민자들은 연방 복지혜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공립학교 급식 프로그램이나 아동 의료보험 프로그램은 공적부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민자 학부모들은 혜택을 신청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민 신분에 영향을 받을까봐 두려워한 것이다.
쿨카니 변호사는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2018년부터 26만명의 이민자 어린이들이 메디케이드를 해지했으며, 어린이 7만명이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아과 학회지 (Journal of Pediatrics) 12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공적부조 규정은 어린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논문 저자인 애리조나 주립대의 니나 파텔, 스와프나 레디, 나탈리아 윌슨은 “정부가 이민자에게 필수적인 공공보건 프로그램을 이민신분과 연동시킬 경우, 이민자들은 미국내 체류신분 유지와 필수 의료보건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적부조 규정이 미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텔, 레디, 윌슨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반이민 정서, 발언, 그리고 공적부조 같은 공공정책은 공포, 오해, 불신, 고립을 조장하며, 결국 공공보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적부조 규정이 앞으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민자들은 판데믹 상황일수록 연방정부 혜택을 받기를 권한다고 쿨카니 변호사는 추천했다. 그는 “요즘 같은 유례없는 의료보건 위기상황에서는 안전하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음식, 코로나19 검사, 의료혜택, 주택이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공적부조 규정에 대해 “180도 반대”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캘리포니아 이민자들의 경우,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매디캘 (Medical) 프로그램을 거부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샤프 과장은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규정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연방 장학금 프로그램은 공적부조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응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서류미비자 부모친척과 함께 살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 어린이들도 복지혜택을 신청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많은 이민자들이 샤프 부장이 근무하는 이민과에 전화를 걸어왔다. 복지혜택을 받는데 걱정이 되어서다. 그는 “판데믹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샤프 과장은 이 상황에 대해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평했다. 서류미비자들도 월급을 타면서 세금을 내는데, 정작 실업수당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복지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샤프 과장에 따르면, 공적부조 규정은 국가적 위기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이민자들은 이런 복잡한 법률 사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이민자들에게는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실날 같은 희망이 보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공적부조 규정 최종안은 2019년 8월에 발표되었으나, 그 즉시 몇 개 하급법원에서 시행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1월 27일 정부의 공적부조 : 조정안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고려안을 승인했며, 2월 24일부터 공적부조 규정의 전국적 시행을 허가했다. 미국내 코로나19 판데믹이 막 시작하려던 때였다.
지난 11월 2일, 제7 항소법원은 쿡 카운티 대 울프 (Cook County v. Wolf) 사건에서 공적부조 규정 시행을 중지시켰다. 나중에 연방대법관이 되는 에이미 코니 바렛 판사는 반대의견을 통해 ‘이민자들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현재 일리노이, 인디애나, 위스콘신 주의 이민자들은 체류신분을 조정할 때마다 생계유지 선언서인 I-944양식을 제출해야 한다.
12월 2일에는 제9항소법원이 시티 카운티 오브 샌프란시스코 대 USCIS (City and County of San Francisco v. USCIS) 사건 판결을 통해 캘리포니아 등 15개 주에서 공적부조 규정 시행을 중지시켰다.
쿨카니 변호사는 정부가 9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재외 미국 공관은 지난 7월부터 공적부조 규정 시행을 중지했다.
[앨라배마타임즈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