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재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작업도 당분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재계에선 올해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설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으나 구속 수감으로 ‘뉴 삼성’ 계획에도 중대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전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삼성 내부에선 ‘회장 승진설’을 입밖으로 꺼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말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를 승계받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로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줄곧 나왔다.
2020년 12월 12일에 이 회장의 49재가 마무리된 것을 기점으로 새해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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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다만 이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할 때를 전제 조건으로 삼는 것이었다.
연초부터 반도체, 가전 등 분야를 막론하고 현장경영에 전력을 다하며 대내외에 리더십을 각인시킨 뒤에 연말쯤 승진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이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회장 승진 작업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 이 부회장이 단기적으로 생각해왔던 경영 행보가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삼성의 주요 과제나 현안들에 대한 논의도 모두 올스톱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해말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어떤 일이 있어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당분간 회장 승진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도 있다.
이로써 국내 1위 대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은 사상 초유의 재구속의 불명예를 안은 데다가 4대 그룹 오너 중에서 유일한 부회장 직급으로 계속 남게 됐다.
동시에 재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도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입사 25년만이었던 2016년 10월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신임 멤버가 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와병 중인 고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 오너가 일원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등기이사 임기 3년 동안 이 부회장은 사실상 국정농단 수사부터 구속, 재판 등에 잇따라 휘말리며 원활한 이사회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밖에 이 부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직위의 연임도 불투명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하지 않기로 하고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당시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과 더불어 검찰의 경영권 승계 수사 결과를 앞둔 상태여서 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오는 5월이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도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인데, 이번에 구속수감됨에 따라 또 한번 연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