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이 350만대 수준에 그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생존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400만대가 붕괴된 이후 생산량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특히 한국지엠(GM)과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중견 3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2021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20만995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올해 월평균(29만1813대) 생산량을 고려하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약 350만대로 예상된다.
중견 3사의 부진이 뼈아팠다. 현대차, 기아차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9%, 9.3% 빠졌다. 하지만 중견 3사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한국GM과 쌍용차 생산량은 각각 17.3%, 19.6% 줄었다. 르노삼성 생산량은 무려 28.3%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 마힌드라의 2300억원 투자 철회 이후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쌍용차가 지난 21일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쌍용차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이용한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이 수용 방침을 밝히면서 3개월이란 시간을 번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쌍용차는 이 기간 신규 투자자 확보 등을 통해 당장의 채무 상환 위기에서 벗어나면 회생 신청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생 개시나 청산 두 가지 중 하나를 결정한다. 기업 운영을 계속했을 경우의 가치가 청산했을 때보다 높으면 회생을 개시한다.
흔히 완성차 업체의 경우 연관된 전후방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법원이 청산을 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나,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쌍용자동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사무소에 출고를 앞둔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
만약 3개월 내 신규 투자자를 확보한다면 내년 코란도 기반의 신형 전기차 출시 등은 큰 변동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신형 렉스턴 등을 앞세워 내수 판매를 끌어올리고, 수출 증가세마저 이어간다면 완성차 생산·판매 기업으로서 경쟁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3개월의 회생 절차 개시 보류 기간에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앞날도 마냥 밝지는 않다. 한국GM은 쌍용차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날 노사 조인식을 통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발생한 2만5000대의 생산 손실을 만회할 길이 없어 막막한 상태다.
르노삼성의 노조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지난 7월 상견례 이후 노조 지도부 선출 선거 등이 겹치며 임단협 교섭은 해를 넘기게 됐다. 노사가 기본급 인상을 놓고 의견차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르노삼성의 올해 누적 수출량은 1만9222대로 전년 대비 77% 급감했다. 주력 수출 차종이었던 닛산 로그의 생산이 종료된 탓이다. 내년 XM3의 유럽 시장 수출이 예정돼 있으나,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면 넉넉한 물량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중견 3사 위기는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중견 3사의 생산 물량 감소는 국내 자동차 전체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 르노삼성 임단협 교섭 등의 불확실성 증대로 협력사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