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인사청문특별위원들은 한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의견을 밝혔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자칫 새 정부 출범부터 야당이 ‘발목잡기’를 한다는 역풍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덕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가결을 보장하라는 국민의힘의 무리한 요구에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며 “한 후보자 인준 문제는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결과와 국민 여론을 반영해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전날(11일) 한 후보자의 인준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소득 없이 헤어진 뒤 나온 입장이다.
민주당은 우선 국민의힘과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협의한 뒤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것까지 맞물려 이야기할 게 많아서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저쪽이 급하지 우리가 먼저 빨리 협의하자고 할 사항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새 정부 출범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에서 처리할 현안이 많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진 수석부대표는 전날 회동이 끝난 뒤 “저희는 여전히 한 후보자가 부적격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막 취임했기 때문에 총리 인준을 포함해 여러 가지 정치적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를 양당 모두 갖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출신 김부겸 전 총리도 지난 3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한 한 한덕수 후보가 국회 임명 동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우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낙마를 요구하는 후보자들의 임명과 한 후보자 인준을 연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한국형 FBI)을 논의하기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이나 법제사법위원장 등 후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을 하다 보면 결국 한 후보자의 인준 문제가 결부될 가능성이 있다.
한 후보자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는 점도 민주당이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인준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50.2%로 통과 반대(35.7%)보다 14.5%포인트(p) 높았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 후보자에 대해 ‘적절하다'(44.7%)와 ‘적절하지 않다'(43.9%)가 팽팽하게 나뉘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표결 자체에 협조하지 않거나 표결 끝에 부결시킨다면 ‘발목잡기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한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민주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민주당이 여전히 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해 발목을 잡고 있다. 검수완박 악법 강행처리 때는 민심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민심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