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만나는 10대 남자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 여성이 “경찰에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아 직접 나섰다”고 주장했다. 딸은 엄마 앞에서 무릎 꿇고 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 10일 딸과 알고 지내던 14세 남학생 A 군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모친 B 씨(38)를 현행범 체포했다.
사건은 전날 오후 10시 40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골목에서 발생했다. 이날 술에 취한 B 씨는 전봇대 뒤에 숨어 골목에 앉아 있던 딸과 A 군을 지켜보다 둘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A 군을 흉기로 공격했다.
현장 CCTV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흉기로 배를 찔린 A 군이 놀라 도망치자, B 씨는 뒤따라가려고 했다.
이에 B 씨 딸이 팔을 잡고 말렸으나, B 씨는 딸을 뿌리치고 A 군을 잡으러 뛰어갔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신발이 벗겨지는데도 그대로 뛰어가 A 군을 300여m 쫓아갔다. 딸도 뒤따라갔다.
이 상황을 목격한 남성은 “딸이 목덜미를 잡고 말리는데도 엄마가 제어가 안 되더라”라며 “끝내는 젊은 친구(A 군)가 여길(배) 쥐고 아픈 상태에서 막 걸어갔다”고 설명했다.
A 군은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한 상가 입구에 쓰러졌고, B 씨와 딸은 여기까지 따라왔다. B 씨가 이번엔 흉기로 자신을 해하려고 하자, 무릎을 꿇고 빌던 딸은 흉기 든 엄마의 손을 끌어내리려고 했다.
그사이 출동한 경찰이 삼단봉으로 B 씨를 제압하면서 10여분 동안 이어진 흉기 난동은 끝이 났다.
B 씨는 “A 군 때문에 딸이 일탈하기 시작했다”며 “경찰에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자 직접 나선 것”이라고 A 군이 딸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했다.
한 목격자는 “가해자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남자아이를 4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더라. 근데 그냥 풀어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흉기에 찔린 A 군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크게 다쳐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았지만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와 딸의 진술이 달라 범행 경위 등 수사가 필요하다”며 범행 이유를 확실히 한 뒤 구속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