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삼포세대’란 말이 지금으로부터 꼭 십 년 전에 나왔다고 한다. 또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은 나머지 숫자가 들어갈 자리를 비워둔 ‘N포세대’란 말도 나온 지 꽤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초년생인 김모씨(27)는 ‘대한민국 소멸론’까지 불러온 인구 데드크로스에 대해 16일 뉴스1에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예전에 끝났다”며 “뉴스를 보면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36년이 걸려야 서울에 25평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손모씨(30)는 수년간 만난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 계획이 없다. 손씨는 “한국의 가족문화와 결혼제도가 여전히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이어서 ‘정상가족’을 벗어난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해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 한 사람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차 출산계획도 없다”며 “지방에 있는 부모님이 터전을 버리고 서울에 올라올 수 없는 상황에서 돌봄노동은 전적으로 내몫이 될 텐데, 아이와 내가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보호자가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돌봄을 책임질 수 있는 제도적 지원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고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올해 결혼을 준비 중인 장모씨(34)는 가급적 빨리 아이를 낳고 싶지만 고민이 크다. 장씨는 “당장 회사 선배만 봐도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복직해 고생하는게 눈에 훤히 보인다”며 “고용 불안이나 주거 불안정 등 경제적인 고민이 여전한데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위한 지원도 없으니 출산계획을 세우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만큼 해결책도 여러 가지가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나도 상대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선 선택지에 아예 결혼이 없을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주는 게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씨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처럼 돌봄 종사자를 고용할 수 있는 양육비가 지원되면 부모가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면서 출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출산장려책에 있어서도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씨는 “현재는 아이 한 명 당 얼마, 이런 식으로 한번에 지원금이 나오는데 각 가정 소득에 따른 양육비를 주는 게 더 실효성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손씨도 최근 창원시가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저리로 대출해주고 아이를 셋 낳으면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손씨는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아 몹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일각선 당장 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없는 여성을 위한 지원책도 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만큼 미래의 난임을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해외발령을 앞둔 하모씨(40)는 지난해 가을, 난자를 냉동했다.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출산 선택권’을 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기혼자가 아니어서 보험 적용은 받지 못했다.
하씨는 “몇년 전부터 결혼한 친구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다”며 “저 역시 해외발령을 앞두고 맘을 먹게 됐지만,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보도 이후로 제가 다니는 병원에도 문의가 많아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정부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 조건이 제대로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손씨는 “당장 ‘웰컴투비디오’ 같은 사건에도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도 될 지 여성들 사이에선 공포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