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노벨 화학상은 유전자 편집에 대해 연구한 여성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유전자 가위’의 대중성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예측한 노벨 화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돼 눈길을 모았던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56)는 다음 기회를 바라보게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제3세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 유전자 가위(절단 효소 및 기타 물질)와 게놈(유전정보) 편집 기법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52)와 제니퍼 A.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r·56)를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게놈 편집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유전자 가위다.
노벨위원회는 두 학자들이 발견한 유전자 가위를 통해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기술은 생명과학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새로운 암 치료에 기여하고 있으며 유전병 치료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샤르팡티에는 프랑스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의 막스 플랑크 감염병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우드나는 미국 UC버클리대학교 교수다.
노벨위원회는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면 몇 주 만에 ‘생명의 코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샤르팡티에는 인류에 가장 해로운 박테리아 중 하나로 꼽히는 화농연쇄구균을 연구하던 도중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트랜스-액티베이팅 크리스퍼 RNA(tracrRNA) 분자를 발견해냈다. tracrRNA는 크리스퍼 캐스나인의 일부로, 특정 위치의 DNA를 효소가 자르도록 만들어 바이러스를 무력화한다.
샤르팡티에는 이와 관련 경험 많은 생화학자인 다우드나와 협업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유전자 가위의 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성공, 정해진 위치에서 어떤 DNA 분자라도 잘라낼 수 있도록 고안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공개한 유전자 가위가 기초과학 연구에 기여했고 일례로 식물 연구자들이 곰팡이와 해충, 가뭄에 강한 작물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응용한 새로운 암 치료법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두 수상자는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절반씩(500만) 나누어 받는다.
이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 온라인으로 연 노벨 화학상 수상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두 사람의 발견 전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긴 했지만 그건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고 아무나 쓸수가 없었다”며 “이번 기술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부작용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훨씬 나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두 사람의 연구가 생리의학 쪽에 가깝지 않냐는 질문들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화학의 영역이 넓어졌다”며 “생명과학(기초과학), 생명공학(BT)까지도 화학의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들과 같은 연구를 했던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이 다소 아쉽게 됐다고 평했다. 그는 “김 위원은 이분들이 시작한 노하우를 확장한 학자로 이해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 과학분야 수상을 노린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아쉽게 수상을 놓쳤다.
현 교수는 나노입자 분야에서 큰 명성을 얻고 있다.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을 개발해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유력하게 점쳐졌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2020.10.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