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연방정부 효율성위원회를 설립하고 억만장자 지지자 일론 머스크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 운동의 핵심을 경제로 돌려, 물가를 낮추고 공무원을 줄이겠다는 대대적 계획을 내놓았다.
민주당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가격 폭리를 막기 위해 가격을 통제하고 법인세와 부유층의 자본이익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과 대조를 이뤘다.
◇머스크 “국가 봉사하고 싶다…급여·직함·인정 필요없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자신의 경제비전을 제시하는 광범위한 연설에서 정부 효율성위원회를 구성하고 6개월 이내에 그동안 정부 지출 중에서 “사기성이 짙고 부적절한 것”을 없앨 계획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연방 정부의 완전한 재정 및 성과 감사를 수행하는 임무를 맡은 정부 효율성 위원회를 만들 것이고 위원회는 머스크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연방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권고할 위원회를 이끌어 “수조 달러”를 절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19일 팟캐스트에서 트럼프와 효율성 위원회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5일 X에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봉사하고 싶다”며 “급여, 직함, 인정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별도로 정부의 효율성 위원회에 대한 요구가 이전에도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대통령은 1981~1989년 임기 동안 그레이스 위원회라는 유사한 기구를 설립한 바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의 제안은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을 대표하는 노조인 미국 공무원 연맹의 에버렛 켈리 회장은 반박했다. 켈리는 로이터에 “효율적이지 않다”며 “트럼프와 머스크가 초당파적 공무원을 없애고 해고된 근로자를 동맹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인하할 계획인데 미국 현지에서 제조하는 기업에 한정할 것이라고 새롭게 확인했다. 부분적으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조성하자는 새로운 제안도 내놓았다.
반면 해리스는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했고 100만달러 넘는 고소득자의 경우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현행 20%에서 28%로 인상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자본이득세율을 40%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대표적인 입법 업적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된 미사용 자금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에너지 프로젝트가 관료적 장애물을 더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국가 비상 사태 선언”이라는 카드도 새로 꺼내 들었다.
또 트럼프는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때마다 10개의 기존 정부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유사한 2+1 규제를 약속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면서 규제로 인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불법적으로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주택 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증거없이 주장한 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금지 조치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은행은 불법 체류 이민자에게 모기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또 주택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방 토지를 주택 건설에 개방하겠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이 새로운 주택 구역은 “낮은 세금”과 “적은 규제”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2만5000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는데 트럼프의 주택 정책과 대조적이다. 해리스의 계획은 공화당과 일부 경제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는데 정부 지원금은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의 연방 토지 개발 계획은 환경 운동가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대부분의 연방 토지가 위치한 농촌 지역에 얼마나 많은 주택 수요가 있을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연설은 11월 5일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많은 유권자의 핵심 이슈인 높은 주택, 식료품 및 기타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미국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해리스와 경쟁하는 가운데 나왔다.
해리스는 이른바 돌봄 경제에 초점을 맞춰 저렴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식품 부문의 가격 폭등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반면 트럼프는세금 인하, 수입 관세 및 규제 완화를 유세 공약의 초석으로 삼는다.
◇트럼프, 경제통 이미지 우위 ‘흔들’
해리스 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넬슨은 트럼프의 경제 의제가 “국가 부채를 폭발시킬 것”이며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자산 관리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경제 정책에 대해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동시에 경기 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마법의 경제 제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리빗 공보 담당 비서관은 CNN과의 성명에서 경제학자들의 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리빗은 “경제학자와 전문가는 트럼프의 첫 임기 당시 경제 계획을 의심했고 그들은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또 다시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경제 측면에서 해리스보다 유능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우위는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7월 경제에 대해 11% 포인트 우위를 보였지만 8월에는 그 격차가 3% 포인트로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시간대와 공동으로 실시한 8월 설문에서도 경제 신뢰도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섰다.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경제를 더 잘 처리할 것이라고 응답한 미국 유권자는 42%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더 신뢰한다는 응답자 41%보다 더 많았다.
트럼프 지지율은 7월 설문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지만 해리스 지지율은 7월의 바이든 지지율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