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Community Media-미국 정치권이 ‘지도 전쟁’에 본격 돌입했다. 텍사스 공화당과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각각 선거구 재조정안을 밀어붙이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이 대대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상원은 지난 8월 23일 공화당 주도의 선거구 재조정안을 통과시켜 애벗 주지사에게 송부했다. 주지사의 서명과 동시에 발효되는 이 안은 공화당에 최대 5석의 연방 하원의석을 추가로 안겨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수계 밀집 지역을 쪼개 백인 우세 지역에 편입시키는 방식이 동원되면서 “인종 및 당파적 게리맨더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지난 8월 21일 민주당 주도의 ‘트리거 법안(Proposition 50)’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뉴섬 주지사가 즉각 서명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4일 특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새 지도안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프린스턴대 샘 왕 선거혁신랩 소장은 “텍사스는 주법상 제약이 없어 사실상 무법지대”라며 “캘리포니아는 반드시 유권자 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절차적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소수계 커뮤니티의 투표권 위기로 직결된다. 텍사스 민주당 진 우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협박과 강압으로 선거구 지도를 강행 처리했다”며 “흑인, 라티노, 아시안 등 소수계의 정치적 힘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인 40만 명당 하원의원이 배출되는데 라티노는 150만 명, 흑인은 250만 명이 모여야 가능하다”며 불평등을 경고했다.
NAACP 법률방위기금은 “투표권법 사전승인(preclearance) 제도 폐지 이후 처음 진행된 선거구 개편에서 차별적 지도가 무더기로 통과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멕시칸법률방위기금(MALDEF) 측 역시 “라티노 인구 증가율이 백인을 앞지른 상황에서 이를 무시한 지도는 불법일 뿐 아니라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연방 대법원이 루이지애나 선거구 재조정 소송을 재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번 판결이 전국에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맞대응으로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며 “연방 차원의 투표권법 개정 없이는 선거 때마다 게리맨더링 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