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속되는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연이어 ‘감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등으로 올해 세수가 9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수 감소는 유류세 인하 부문에서 가장 크다.
유류세가 20% 인하된 지난해 11월~올해 4월 6개월간은 2조5000억원이 줄었고, 30%가 인하된 5~6월엔 1조3000억원, 인하폭이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올라가는 7~12월엔 5조원(이상 지방세 포함)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1월분, 내년으로 귀속되는 올해 12월분을 빼더라도 약 8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종부세 완화 조치를 통해서는 올해 전년대비 1조원가량의 종부세가 덜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중 1세대1주택자만 보면 현행대로라면 걷힐 종부세가 4200억원인데, 개편안대로 완화되면 1200억원으로 3000억원이 빠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주택분 보유세 세부담 완화 방안별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정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2019년 수준인 85%로 인하할 경우 올해 종부세가 1조14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정부는 이를 법정 최저치인 60%까지 대폭 낮추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다 여야는 유류세 37% 인하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유류세 조정범위를 50%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빨리 입법을 추가해 최소 50%까진 (인하)해야 1800원대로 (유가를) 낮출 수 있다”(김성환 정책위의장)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류세 인하 폭이 더 커질 경우 세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세수감이 9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53조3000억원 규모의 초과세수를 반영한 세입경정(세입 전망치 수정)을 진행했는데, 이같은 세수 감소에 하반기 대외경제요인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세수가 부족해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정처는 올 국세수입을 391조2000억원으로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경안보다 5조5000억원 낮게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초과세수를 계산할 때 정부가 지금과 같은 감세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감세는 아무래도 세수를 줄이는 요인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관점에서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하 교수는 “지금 초과세수가 많이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도 있다. 물가상승으로 부가세, 또 임금이 오르면 소득세가 더 걷힐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세수증가 요인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 나온 정책은 다 필요하고 유류세는 더 인하해주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지난 몇년간 지출을 많이 늘려놓은 상태이니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출 구조조정 작업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올해 전체적인 국세 수입을 보면 (전망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올해 세입경정을 할 때 유류세 감소분을 충분히 고려해 편성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