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내달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금융시장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당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시장 분석가들을 인용, “투자자들이 미 국채 대신 소형주 투자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대선뿐만 아니라 상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는 이른바 ‘파란 물결'(blue wave·민주당 압승)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오는 11월3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상원의원 3분의1, 그리고 하원의원 전원을 새로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현재 미 상원은 집권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을 앞지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민주당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게 분석가들의 평가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미국시장 최고투자책임자(CIO) 솔리타 마르첼리는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파란 물결’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법인세율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며 “그러나 최근 2주 동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선거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첼리는 “투자자들은 처음엔 ‘파란 물결’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지만 선거결과 확정이 지연될 경우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로 바이든 후보에게 패할 경우 우편투표 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JP모간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레보비츠 글로벌시장 전략가도 “내일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파란 물결’을 볼 가능성이 가장 크다”하면서 투자자들 또한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스트라테가스가 각각 30개 종목으로 구성한 ‘바이든 수혜주’와 ‘트럼프 수혜주’를 비교했을 때도 올 들어 바이든 수혜주 쪽이 트럼프 수혜주보다 38%가량 주가가 올랐다. 바이든 수혜주엔 태양광 등 인프라 관련주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등이 포함돼 있다.
자산운용사 콜럼비아 스레드니들도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인프라와 필수소비재·소재 관련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청정에너지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데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소재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제약사나 페이스북·구글 같은 통신서비스주는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과 독점금지법 강화 방침 등에 따라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주 또한 규제강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FT는 “최근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주 주가도 올랐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바이든 집권시 경제성장이 규제 문제를 능가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외에도 분석가들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중소기업 중심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따라 대형주보다는 소형주가 수혜를 보고, 지방채 시장 또한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