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이 미국 전력업계의 ‘필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 공장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말, 근로자들은 무게 300톤에 달하는 52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를 공장 내부 철로에 연결된 화물열차에 실어 나르느라 분주했다. 이 공장은 미국 변압기 제조시설 가운데 유일하게 공장 안에 철로를 들여온 곳으로, 이를 통해 배송 기간을 1주일 이상 단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전력회사들로부터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납기만 맞춰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5년치 물량이 쌓여 있어 주말과 연휴에도 특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변압기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 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동시에 건설되고 있으며, 30년 넘게 미뤄졌던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까지 겹쳤다. 업계에서는 2040년까지 현재 미국 전력망 규모의 두 배에 가까운 신규 전력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진출 15년 만에 시장 점유율 약 20%로 1위에 올랐고, 효성중공업도 1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까지 포함하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40%를 넘어선다. 기존 강자였던 지멘스와 GE버노바를 제치고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간 셈이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산 변압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품질과 납기다. 변압기는 고장 시 대규모 정전을 초래할 수 있어 안정성이 절대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제작 공정의 99%를 수작업으로 유지하며 도제식 교육을 통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현지 직원들에게도 지역 평균보다 30% 이상 높은 임금을 지급해 숙련 인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단순 불량도 1년에 한 건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불량률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요가 폭증하자 증설도 본격화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공장에 약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최대 180대로 늘릴 계획이다. 효성중공업 역시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두 배 가까이 확장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대폭 키운다.
업계에서는 “이제 미국 전력망에서 K변압기가 빠지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변압기 시장의 주인공이 완전히 한국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