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이 오히려 비트코인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악재가 아닌, 자산별 투자자 심리 차이가 만든 결과라고 분석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30일 기준 금의 변동성은 44%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변동성(약 39%)을 웃돌았다. 금값 변동성이 비트코인을 추월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례적인 ‘변동성 역전’의 배경에는 금과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상반된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 시장에는 ‘수익을 낸 투자자의 공포’가, 비트코인 시장에는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의 체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금값은 최근 온스당 56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수익 구간에 진입한 상태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Kevin Warsh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무수익 자산인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한다. 여기에 증거금 인상과 함께 마진콜이 발생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수익을 보고 있던 금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앞다퉈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트레이드네이션의 수석 시장 분석가 데이비드 모리슨은 로이터통신에 “투자자들은 그동안 포지션을 줄일 명분을 찾고 있었고, 이번 이슈들이 그 명분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트코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약 25억 달러 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했지만, 금 시장에서처럼 패닉 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비트코인이 이미 고점 대비 약 40% 하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보다 장기 보유자나 손실을 감내하고 버티는 투자자들만 남아 있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자산 데이터 업체 카이코의 수석 연구원 아담 매카시는 “최근 몇 달간 투자자들은 이미 리스크를 재평가하며 한발 물러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과열됐던 금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렸고, 이미 열기가 식은 비트코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반응하면서 사상 초유의 ‘안전자산-투기자산 변동성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금값은 66% 상승한 반면, 비트코인은 21%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