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에서 인공지능(AI)의 확산이 대졸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생산직·기술직으로 진로를 바꾸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졸자와 고졸자 간 실업률 격차는 1970년대 이후 가장 좁아졌고, 일부 기간에는 오히려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 집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학사 학위 이상 보유자의 실업률은 2.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고졸자는 4%, 일부 준학사 학위 보유자(기술직)는 3.8%였다. 특히 2025년 중 약 6개월 동안은 기술직 실업률이 대졸자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대졸·고졸 실업률 격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1970년대 이후 가장 작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2025년 보고서에서 “대학 졸업생이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일자리를 찾던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최근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AI의 빠른 사무직 대체가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객 서비스 담당자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22~25세 젊은 노동자 고용이 13% 감소했다.
반면 건설·제조·보건의료 등 현장 중심 산업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미 건설업체 협회는 올해 건설업계에서만 신규 인력 34만9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 칼리지 등 직업 기술 교육 기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국립학생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기준 직업 기술 교육 중심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자는 전년 대비 3% 증가해 공립 4년제 대학 증가율의 두 배를 넘었다.
학자금 대출 부담을 지켜본 부모 세대의 경험 역시 청년층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건설업체 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니르반 바수는 “젊은 층은 AI가 사무직 생계를 위협하는 방식으로는 블루칼라 노동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모든 기회가 생산직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교육·노동센터는 2031년까지 ‘복지와 임금이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의 66%는 여전히 학사 학위 이상 보유자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졸 이상 4년제 미만 학위 보유자는 19%, 고졸자는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노동시장이 ‘학력 우위’에서 ‘직무 특성 우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대학 진학 여부보다 어떤 기술과 경험을 갖췄는지가 생존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