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다시 한 번 셧다운 위기에 몰렸다. 이민 단속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핵심 정부 예산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원은 29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DHS)를 포함한 6개 주요 부처 예산안 패키지에 대한 절차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 45표, 반대 55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7명이 이탈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가 31일 0시 1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 재량 지출의 약 75%가 중단되는 셧다운이 발생한다. 현재로선 단기 셧다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갈등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이를 집행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있다. 지난 주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요원이 보훈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37)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전국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정치권의 대치를 촉발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ICE와 국경순찰대의 법 집행 방식 전반에 대한 개혁을 예산안과 연계해 압박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DHS 예산안을 패키지에서 분리하거나, ICE 요원의 신원 확인 의무화, 마스크 착용 금지, 보디캠 착용, 체포 영장 요건 강화 등을 법제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방·보건·교육 등 나머지 5개 부처 예산안은 즉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원을 통과한 DHS 예산안에는 ICE 일부 단속 예산 1억1500만 달러 삭감이 포함됐지만, 이민자 구금 실태를 감시하는 독립 기구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조항이 담겨 있어 “감독 기능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셧다운이 현실화되더라도 ICE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ICE는 지난해 공화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으로 이미 수년간 운영이 가능한 약 750억 달러의 예비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다. 반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재난 복구 지원 지연, 교통안전청(TSA) 요원의 무급 근무 등 민생·안보 부처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백악관과 상원 지도부는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합의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하원이 내달 2일까지 휴회에 들어간 상황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주말을 넘기는 단기 셧다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