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약 2주 전 한국 정부에 한미 무역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앞선 조치로, 한국을 향한 사전 경고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27일 관계 부처에 의하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 서한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에도 참고 자료로 전달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서한 수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 사안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주한미대사대리가 서한을 보낸 사실은 맞지만 세부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한의 핵심은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 가운데 디지털 무역 분야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개인정보와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히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망 사용료 제도와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등 디지털 규제가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의와 개인정보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자, 미국 측은 이를 과도한 규제로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치지 않았다며,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합의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에 앞서 전달됐다. 직접적인 쟁점은 다르지만, 미국이 전반적인 무역합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 위협의 사전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관세 인상 가능성 언급 직후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급히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에 나선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 측 서한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서한은 디지털 이슈와 관련해 미국 기업 차별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관세 인상 사유로 언급된 국회 절차 문제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