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대규모로 공습하면서, 혹한 속에 난방과 전력 공급이 끊긴 주민들의 피해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그린란드 병합을 둘러싼 미·유럽 간 갈등이 국제 무대의 전면으로 떠오르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밤사이 드론 약 339기와 미사일 34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공습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오데사, 폴타바, 리우네 등 최소 7개 지역의 에너지·물류 핵심 시설을 겨냥했다. 이로 인해 키이우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전력 없이 영하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AFP에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전범 블라디미르 푸틴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상대로 한 집단적 파괴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 상황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습으로 키이우에서는 주택 5600채 이상이 난방을 잃었고, 일부는 복구됐지만 상당수 주민이 여전히 전기 없이 밤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로 향하는 전력망도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시설 유지에 필요한 전력은 재연결됐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자포리자 지역에서 드론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9일 키이우 에너지 시설을 노린 공습 이후 11일 만의 대규모 타격이다. 당시 피해를 입었던 시설들이 이번에도 다시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반복적 공세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을 보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들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평화안 논의가 마무리되고 추가 방공·에너지 지원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현장 대응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우방국들에 더 강력한 방공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다보스 현장에서는 그린란드 사태와 관세 갈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분위기다. 로이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압박과 이에 대한 유럽의 반발이 포럼의 중심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쟁 장기화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국제 무대에서 가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 지하철역으로 대피한 주민 마리나 세르기엔코(51)는 AFP에 “러시아의 반복적인 공습은 사람들을 지치게 해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위와 어둠 속에서도 버티고 있지만, 세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학교 휴교 연장, 가로등 밝기 조절 등 비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쟁의 전선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있지만, 국제 정치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습의 파장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