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동맹국들에 다시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이 이뤄질 때까지 유럽산 제품에 대해 2월부터 10%, 6월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 직후 유럽 증시는 1% 이상 하락했고, 휴장이었던 뉴욕 증시의 선물지수 역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매도세가 나타났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위스 프랑은 달러 대비 한 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유로화와 파운드화도 장 초반 저점에서 반등하며 달러를 압박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나타났던 미국 자산 투매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프란체스카 포르나사리 통화 솔루션 책임자는 로이터에 “많은 투자자들이 주말 사이 벌어진 상황에 충격을 받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유럽의 대미 투자 규모다. 유럽은 미국의 최대 해외 자본 공급원으로, 약 8조 달러 규모의 미국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다른 모든 국가들의 보유액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적 동맹이 흔들릴 경우, 자금 이동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로이터를 통해 “서방 동맹의 지정학적 안정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국면에서 유럽이 계속해서 미국 자산을 떠받쳐야 할 이유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계 ING 은행은 유럽연합(EU)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달러 자산 매각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유로화 자산 투자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간접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올해 글로벌 MSCI 지수 편입 국가의 93%가 미국 증시 성과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자들의 자산 다변화 욕구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셀 아메리카’ 우려가 실제 대규모 자금 이탈보다는 심리적 경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시장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 이후 긴장을 완화했던 사례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이번 달러 약세 역시 지난해 4월 하루 2% 급락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평가다. 30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시장을 대체할 만한 유동성 높은 시장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편 관세 위협은 유럽 실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과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0.2~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무역 불확실성과 고율 관세 여파로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독일 기업의 대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제이너스 헨더슨의 올리버 블랙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많은 투자자들이 올해 경제 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취약성이 쌓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